"노하우라 알려주기 싫은데요?"…신입 '철벽'에 화들짝 [리멤버 오피스워]

11 hours ago 4

한경닷컴·리멤버, 직장 내 'AI 갈등' 분석
직장인 공감 폭발한 '프롬프트 공유' 논쟁
'회사 자산이다' vs '개인 노하우다' 충돌
막으면 몰래 쓰는 '섀도우 AI' 갈등도 주목
리멤버 "AI 성과 인정·보상 기준 새로 짜야"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제작한 사진입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제작한 사진입니다.

"그건 좀 힘들 것 같습니다." 한 회사 팀장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업무 능력을 끌어올린 막내 팀원에게 '프롬프트(명령어)'를 함께 모아보자고 제안하자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다른 팀원들은 각자 사용하는 프롬프트를 공유하는 데 동의했지만 막내 팀원 생각은 달랐다. 팀장이 개인 채팅창을 통해 이유를 묻자 막내 팀원의 답은 이랬다.

"제가 예전부터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주말이랑 퇴근 후에도 시간 들여서 발전시킨 제 개인의 노하우인데 이걸 아무 대가 없이 다른 분들께 무상으로 공유하는 건 좀 아닌거 같아서요!"

얼핏 보면 신입사원의 태도 문제처럼 비친다. 하지만 수백개 댓글이 쇄도한 리멤버 커뮤니티에선 이를 '요즘 신입', '요즘것들' 같은 숱한 MZ 논쟁의 하나로 바라보지 않았다. AI를 잘 다루는 방법이 개인의 생산성과 평가, 이직 시장 내 몸값을 좌우하는 기술로 받아들여지고 있어서다. 프롬프트를 팀 자산으로 볼지, 개인이 쌓은 업무 노하우로 볼지 직장인들 생각이 엇갈린 이유다.

업무 수행 위한 '프롬프트'는 누구의 것?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9일 비즈니스 네트워크 서비스 리멤버에 따르면 해당 사연 글에는 댓글 약 500개가 달리는 등 직장인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댓글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회사가 비용을 부담한 AI를 업무용으로 활용한 만큼 결과물을 만드는 방식도 팀 안에서 공유해야 한다는 의견이 먼저 나왔다.

한 직장인은 "사내에 도입한 AI라면 사용료도 회사가 내는 것인데 이를 개인 노하우로만 보는 건 이기적"이라고 지적했다. 회사 안에서 일하는 이상 일정 수준의 지식 공유와 인수인계는 피할 수 없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선배들이 만들어둔 엑셀 양식과 자동화 매크로를 쓰면서 자신이 만든 AI 프롬프트만 개인 노하우라고 주장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취지다.

반대쪽에선 프롬프트를 "단순한 문장 몇 줄로 보면 안 된다"는 주장이 맞섰다. AI에 어떤 순서로 질문할지, 어떤 조건을 넣을지, 결과물을 어떻게 고칠지는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익히는 기술이란 얘기다. 다른 직장인은 "신입도 자기 시간과 노력을 들여 쌓은 노하우일 텐데 이를 공짜로 요구하는 쪽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AI 활용법을 '실력'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또 다른 직장인은 "AI 활용법보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진짜 실력"이라며 "해당 직원은 이미 그 지점을 뚫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같은 노하우는 연봉 협상이나 승진 시점에 성과로 인정돼야 한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프롬프트 공유에 '보상' 제안도…"회사가 먼저 제시해야"

보상을 전제로 프롬프트 공유를 유도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한 직장인은 "공유를 원한다면 평가 가점이나 별도 보상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팀 내 AI 활용 활성화·공통 프롬프트 제작을 성과 항목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리멤버 관계자는 "AI 프롬프트를 둘러싼 갈등은 단순히 신입의 태도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며 "AI 활용 역량이 개인의 업무 성과와 커리어 경쟁력으로 연결되기 시작하면서 조직의 지식 공유 문화와 개인의 역량 보호 심리가 부딪히는 장면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AI 활용 능력이 인사 평가·이직 시장에서 갈수록 더 자주 언급되는 분위기에선 이 같은 사례들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댓글창에서 보상 얘기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프롬프트를 팀 자산으로 만들고 싶다면 단순히 공유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평가 가점'이나 보상 체계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AI 활용을 잘하는 직원을 '개인 플레이어'로만 볼 게 아니란 주장이다. 해당 역량을 조직 성과로 연결할 방법을 회사가 먼저 제시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현호 리멤버 AX CIC 대표는 "조직의 AI 도입으로 개인의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것과, 이를 조직의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섀도우 AI'도 과제로…"AX, 조직·리더 역할 재정의해야"

프롬프트 공유 논쟁 못지않게 회사의 관리·감독을 피해 개인적으로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섀도우 AI'가 또 다른 직장 내 갈등 사안이 되고 있다. 섀도우 AI는 기업의 정보기술(IT) 부서나 보안 조직이 승인·관리하지 않은 AI 도구를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업무에 활용하는 현상을 말한다. 과거 회사 통제를 벗어나 외부 소프트웨어를 쓰던 '섀도우 IT'가 AI 업무 환경에서 다시 나타난 셈이다.

많은 기업이 직원들에게 AI 활용을 주문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어떤 도구를 어디까지 써도 되는지, 회사 데이터를 입력해도 되는지, 개인이 만든 프롬프트와 자동화 방식은 어떻게 다룰지를 정한 곳이 드물다. 회사가 공식 도구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거나 외부 AI 사용을 제한하면 직원이 개인적으로 유료 AI 서비스를 구독해 업무에 활용하는 경우도 생긴다.

기업 입장에선 보안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내부 자료·고객 정보가 외부 AI 서비스에 입력될 가능성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실무자 입장에선 이미 업무 속도·결과물 차이를 체감한 AI 도구를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 리멤버 커뮤니티에서도 "내부 기밀 정보를 GPT에 입력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우려와 "같은 AI 도구를 써도 사람마다 결과물이 다르다"는 반응이 대립하고 있다.

리멤버 관계자는 "기업들이 AI 활용을 장려하고 있지만 실무 부서가 체감하는 시스템 도입 속도는 더딘 경우가 많다"며 "외부 AI 사용에 대한 보안 기준은 높아지는 반면, 현장에서 필요한 AI 도구의 라이선스 보급은 예산과 승인 절차 때문에 늦어지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AI 활용 기준이 늦게 정립될수록 개인이 먼저 익힌 노하우를 조직 안에서 어떻게 인정하고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낼지도 과제로 남게 된다. 정 대표는 "기업이 진정한 AX 성과를 내려면 시대에 걸맞는 조직과 리더 역할의 재정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러한 변화의 노력에 대한 인정과 보상이 조직 내에서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민성/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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