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윤이상 서거 30주년 기념
다음달 6일까지 통영국제음악당
윤이상 콩쿠르 우승 임윤찬 금의환향
진은숙 감독 “좋은 음악이 중요”
산불피해에 프린지 등 행사 축소
통영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의 콘서트홀에서, 세계 각국 출신 클래식 연주자들이 관객을 ‘내면으로의 여행’에 초대한다. 다음 달 6일까지 이어지는 통영국제음악제의 올해 주제다. 개막 당일인 28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만난 진은숙 예술감독은 “정치·경제적 불안과 분쟁 상황에서도 음악을 듣는 순간 만큼은 자신을 찾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통영국제음악제는 2000~2001년 통영현대음악제에 모태를 두고 2002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의 고향, 천혜의 자연환경과 훌륭한 음향의 콘서트홀 등을 갖췄다. 특히 지난해 아시아 최로로 ‘음악계 노벨상’ 에른스트 폰 지멘스 상을 받은 진 감독이 4년째 예술감독을 맡아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다.
진 감독은 “4년째 감독을 맡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음악”이라며 “국경 없는 음악을 선사하고자 한다”고 힘줘 말했다. “해외 유명 페스티벌 감독들과 대화해 보면 상업성을 위해 음악보다 광고가 중요하단 얘기도 해요. 그러나 저는 입장이 다릅니다. 많은 청중을 모으려면 좋은 음악에 집중해야 합니다. 얼마나 성심성의껏 준비했느냐를 관객에게 전달해야죠.”
올해는 인기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상주 음악가로 개막공연(28일)과 리사이틀(30일)을 맡아 매진 행렬을 기록했다. 임윤찬은 2022년 미국 반 클라이번 콩쿠르 최연소 우승에 앞서 2019년 15살의 나이로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쥔 바, 오랜만에 통영으로 ‘금의환향’하는 셈이다. 진 감독도 “다행히 마침 시간이 된다고 해서 기쁘게 초청했다”며 “어렸을 때 콩쿠르 1등을 했던 친정에 오는 느낌으로 기꺼이 연주하겠다고 해줬다”고 부연했다.
통영 출신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의 서거 30주년도 기념한다.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윤이상의 ‘서곡’으로 축제의 문을 연다. 29일엔 대만 현대음악 앙상블 ‘웨이우잉’이 윤이상 ‘협주적 단편’ 등을 들려준다. 진 감독은 “윤이상 선생님의 작품을 항상 앞세우고 있고, 매년 음악제에서 연주되도록 해야 한다는 사명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축제 기간 중 프랑스의 세계적 현대음악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렝이 탄생 100주년을 맞은 피에르 불레즈를 기리는 공연을 특별 공연을 선보인다. 또 베르비에 페스티벌 체임버 오케스트라, 고음악 거장 르네 야콥스와 비록 오케스트라(B‘Rock), 드뷔시의 음악과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에펠탑의 달빛’, 현악사중주 거장 에벤·벨체아 콰르텟의 합동 연주 등이 다채롭게 열린다. 축제의 메시지를 함축하는 6일 폐막 공연에선 성시연 지휘로 브리튼 ‘전쟁 레퀴엠’이 인간의 폭력성에 맞서는 평화와 화합을 호소한다.
한편 통영국제음악제 측은 경상권에 번진 산불 피해를 고려해 22일부터 통영 시내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통영 프린지 페스티벌’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김소현 예술사업부 본부장은 “음악당에서 진행하는 공식 공연은 모두 유지하되, 바깥에서의 흥겨운 무대는 지금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우선 28~30일 일정은 잠정 연기했고, 4월 4~5일 공연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통영 정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