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는 4일 제10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이런 내용의 ‘도수치료 관리급여 수가 및 급여 기준’을 확정했다. 관리급여는 의료기관이 자율로 정했던 비급여 항목에 표준 가격을 매기는 대신, 환자 본인부담률을 90~95%로 높이고 나머지는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제도다.
● 도수치료 주 2회, 연 최대 24회까지만
이날 건정심은 다음 달부터 적용될 도수치료 수가를 회당 4만3850원으로 확정됐다. 진료 시간은 회당 30분 이상이며, 동네의원부터 대학병원까지 모든 의료기관에 이 같은 수가가 적용된다. 과잉 진료를 막기 위해 이용 횟수도 제한된다. 주 2회, 연 15회까지만 받을 수 있고 수술이나 골절로 인한 관절 경직 등으로 추가 재활이 필요한 경우에만 연 24회까지 인정된다.병원이 부르는 값을 낮춘 대신 환자가 내야 하는 본인부담률은 95%로 높게 책정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부터 도수치료 환자는 회당 4만1650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 전국 도수치료 중간 가격(건강보험공단 비급여 정보포털 기준)이 10만 원인 것을 고려하면 비용이 절반 이하로 낮아지는 셈이다. 기존 1~4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는 약관에 따라 본인부담금에 대해 보험금을 받을 수 있지만, 5세대 실손보험은 도수치료가 보장되지 않아 신규 가입자는 기존 가입자보다 비용 부담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도수치료에 관리급여가 적용되면 동네 정형외과나 마취통증의학과 등의 과잉진료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기준 의료기관이 정부에 보고한 도수치료 진료비는 1213억 원으로, 연간 1조4556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도수치료를 제한하면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의 전문의들이 수익을 내기 쉬운 개원가로 쏠리는 현상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환자 “치료기회 제한”, 의사들 “생존 위협”환자들은 도수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과잉 도수치료 탓에 의료 자원이 비필수 영역으로 쏠리는 것은 맞다”면서도 “수술 후 기능 회복이 필요한 환자 등은 횟수를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 추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개원가를 중심으로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태연 대한의사협회(의협) 보험부회장은 “도수치료 가격을 4만 원대로 낮추면 물리치료사 급여와 의료서비스 제공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공급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며 “이는 환자 진료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정부가 도수치료 관리급여 도입을 철회하지 않으면 추가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태다.
전문가들은 도수치료 제한으로 인한 ‘풍선 효과’ 부작용을 막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도수치료의 가격과 횟수만 제한하면 의료기관이 새로운 비급여 항목을 만들어 또다른 수익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며 “비급여 항목에 대한 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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