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가 좌경화되는 현실을 바꿔보자는 야심찬 꿈을 가졌다.”
지난 6일 한국의 한 보수단체가 연 행사에서 만난 31세 찰리 커크는 시종일관 여유와 자신감이 넘쳤다. 18세의 나이에 미국 청년 보수단체 터닝포인트USA를 설립해 전국 최대 청년 조직으로 키워낸 그다운 모습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 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아이콘. 수식어가 결코 과장은 아니라는게 기자가 느낀 첫 인상이었다.
그러나 인터뷰를 진행하며 그가 품은 야심의 방향성엔 의문이 들었다. 그는 조 바이든 전임 미국 행정부의 이민 정책이 미국을 어떻게 망쳐놓았는지를 설명하기 바빴다. 심지어 전 정부의 이민 정책을 “한국이 북한에 국경을 열어놓은 꼴”이라고 빗대며 비판했다. ‘이민자=적’이라는 MAGA식 논리다. 동시에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의 문제를 해결할 ‘메시아’로 추켜세웠다.
20분을 조금 넘긴 짧은 인터뷰에서 확인한 건 커크는 극단주의자란 사실이었다. 사회 문제를 혐오감과 결부시켜 형성한 증오의 에너지를 특정 지도자에 대한 환상과 지지 호소에 활용하는 서사는 좌우를 막론한 극단주의자들의 화법이다. 과거 커크는 사회 문제를 조명하는 과정에서 이민자 뿐 아니라 인종, 젠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증오 발언을 백화점식으로 쏟아냈다.
문제는 증오가 작용과 반작용이라는 물리법칙처럼 되돌아온다는 점이다. 커크는 지난 10일 한 대학 야외 토론 행사중 22세 백인 남성 타일러 로빈슨이 쏜 흉탄을 맞고 사망했다. 로빈슨은 평소에 “커크는 증오를 확산하고 있다”고 주위에 말했다고 한다. 범행 현장서 발견된 탄피에는 “어이 파시스트. (총알을) 잡아봐(hey fascist. catch)”란 문구가 새겨져있었다.
커크는 인터뷰 말미에 ‘아메리칸 드림’을 복원하고 싶다고 했다. 그가 구현하고자 했던 미국이 실제 어떤 모습이일지는 앞으로 영영 알 길이 없어졌다. 다만 미국인들을 비롯한 세계인들에게 교훈은 남긴 것 같다. 증오는 증오를, 극단은 극단을 부른다는 사실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