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적장애가 있는 자녀가 자신이 사망한 뒤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까 봐 걱정하고 있다. 이에 사망보험금 6억5000만원을 신탁했다. 자녀가 사망보험금 5000만원은 수령 즉시 받을 수 있게 했다. 또 보험금을 수령한 다음달부터 10년간 300만원씩, 그 이후는 100만원씩 받을 수 있게 설계했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출시된 지 보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다양한 계층의 가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신탁 계약 건수가 수백건에 이르고 규모도 수백억원에 이른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출시된 지 5일만에 계약 156건을 확보했다. 계약금액은 750억원에 이른다. 교보생명도 총 71건의 계약이 이뤄졌다. 흥국생명도 계약 상담 문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한화생명은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일반 사망보험금 3000만원 이상의 계약자가 대상이다. 계약자와 보험을 보장받는 ‘피보험자’가 동일해야 하며 보험금을 받는 ‘수익자’가 직계존비속·배우자면 가입이 가능하다. 계약자는 신탁 계약을 통해 사망보험금의 지급방식·금액·시기 등을 맞춤 설계할 수 있다.
업계는 다양한 계층의 수요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생명의 신탁에 가입한 금액대는 3억원 미만이 전체 156건 중 96건(62%)을 차지한다. 평균 가입 금액은 1억2000만원대로 알려졌다.
반면 10억원을 초과한 가입은 23건(15%) 수준에 머물렀다. 고액의 사망보험금을 보유한 가입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금액대를 가진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사망보험금은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유가족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는 게 목적인 만큼 가입을 원하는 대상의 폭이 넓은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신탁 계약은 사망보험금이 남겨진 유가족에 잘 쓰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때를 대비하는 목적도 있다”며 “피보험자가 돌아가시기 전 본인의 계획 등을 원하는 대로 맞춤 설계할 수 있다 보니 다양한 분들이 문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부유층만 선호하는 게 아닌 대중적인 요구도 많다고 본다. 3억원 미만의 사망보험금은 피보험자 사망 후 자녀의 대학 입학, 결혼 등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때도 많아서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가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출시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