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을 출발하는 크루즈 선박 이스턴비너스호. 이스턴크루즈 제공
콜롬비아 남녀 무용수들이 라틴음악에 맞춰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며 무대에서 내려왔다. 원탁 앞으로 다가가더니 탑승객들에게 함께 춤을 추자며 양팔을 쭉 뻗었다. 누구는 쭈뼛쭈뼛, 누구는 발딱발딱 의자에서 일어나 박자를 탔다. 프릴 블라우스를 입은 여자아이가 앙증맞게 몸을 흔들었다. 휠체어에 앉은 할아버지 얼굴에 함박웃음이 차올랐다. 긴박한 드럼 소리가 절정에 이르며 피날레를 알리자 박수와 환성이 터졌다. 크루즈선(船) 이스턴비너스호는 현해탄 밤바다를 가르며 부산항으로 향했다.
부두에 정박한 유람선에서 자고 먹고 여흥을 즐기며 기항지의 유서 깊은 장소나 관광지를 돌아보는 크루즈 여행. ‘지중해나 알래스카, 카리브해 등에서의 일주일 정도 고급 유람선 관광’이 몇 년 전까지 크루즈 여행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었다. 해외 출항지까지 찾아가는 비용이 많이 들고 기항지 나들이 시간이 하루 10시간 이내로 짧은 데다 야경을 마음껏 즐기지 못한다는 것 등이 선뜻 배에 오르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저녁에 해상에서 이스턴비너스호 승객들이 수영과 자쿠지를 즐기고 있다. 이스턴크루즈 제공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보면 이스턴크루즈㈜ 크루즈 여행은 부모와의 주말 가족여행에 제격일 듯하다. 부산을 모항(母港)으로 하는 이스턴크루즈는 주로 일본 규슈(九州)와 서부 혼슈(本州) 중 2개 도시를 기항지로 2박 3일 또는 3박 4일 일정으로 항해한다. 후쿠오카 나가사키 사세보 구마모토 미야자키 벳푸 기타큐슈(이상 규슈) 시모노세키 히로시마 사카이미나토(이상 혼슈) 마쓰야마(시코쿠) 등이다. 여행 기간이 짧고 머문 지역 명소 탐방도 하루 3곳 안팎이어서 여독이 많이 쌓이지 않는다. 기항지 관광을 선택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둘러볼 수도 있다.
이스턴비너스호 로열스위트룸 거실. 이스턴크루즈 제공
크루즈 여행은 선내 저녁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진다. 관광을 마치고 돌아와 제공되는 저녁을 먹은 뒤 내내 쉴 수도 있다. 갑판을 거닐며 배를 한 바퀴 돌아 볼 수도 있고, 사우나 욕탕에 노곤한 몸을 누이고 창 너머 달을 보며 별을 헤아릴 수도 있고, 선상 수영장 옆 월풀 자쿠지에서 밤바다 서늘한 바람을 느껴 볼 수도 있다.
이스턴비너스호 오디토리엄 무대에서 콜롬비아 가무단이 쇼를 펼치고 있다. 이스턴크루즈 제공
그러나 다른 여행보다도 크루즈 여행은 즐겁기 위해 간다. 탑승객 흥을 돋워 주는 여러 프로그램이 저녁 식사 이후 준비된 이유이기도 하다. 콜롬비아 출신 가무단이 라틴댄스와 음악 공연은 물론 미국 라스베이거스 쇼 분위기를 자아내는 무대도 선사한다. 원하는 사람에게 무료로 탱고도 가르쳐 준다. 7080 가요를 부르는 왕년의 가수 공연에 잠자기 전 빙고 게임 자리도 마련된다. 내내 기분 좋게 들떠 있는 탑승객에게는 ‘무료 탑승권’ 깜짝선물이 주어진다. 이 모든 시간이 다 한국어로 소통된다. 입출국 수속은 공항에 비해 훨씬 간편하다.
2만6000t급 이스턴비너스호에는 5개 등급의 약 350객실이 있다. 720명까지 고객을 받을 수 있다. 강당, 댄스홀, 라운지, 영화관, 북카페 등 시설도 다양하다. 갑판에서 맞이하는 일몰과 일출, 그리고 아련한 육지와 섬 풍광은 보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