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전준우가 15일 키움전 역전 투런 홈런을 날려 승리를 이끈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
"야구에 주장이 어디 있습니까. 나이 들었다고 안타 하나를 더 주는 건 아니잖아요."
롯데 자이언츠 캡틴 전준우(39)에겐 예외가 없다. 주장이라고, 베테랑이라고 특별할 건 없다. 늘 묵묵히 하던대로의 노력을 이어갈 뿐이다. 그 노력의 대가는 역전 홈런이라는 보상으로 다가왔다.
전준우는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키움 히어로즈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3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8회말 역전 투런 홈런을 날리며 팀에 8-6 승리를 이끌었다.
8회초까지 끌려가던 경기였으나 전준우의 한방으로 분위기를 뒤집었고 쐐기타까지 터져나오며 짜릿한 승리를 챙겼다. 롯데는 9승 10패 1무로 5위 자리를 굳게 지키며 3위 KT 위즈, 4위 삼성 라이온즈와 승차를 1경기까지 좁혔다.
앞선 8회초 수비 때 송성문의 높게 뜬 타구가 거센 바람을 타고 담장을 훌쩍 넘었다. 타구를 바라보던 전준우로선 아쉬울 수밖에 없었지만 그에겐 오히려 힌트가 됐다. "송성문 선수가 쳤는데 잡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바람이 엄청 많이 불더라. 말도 안 되게 넘어가더라"며 "그래서 타석에 들어갔을 때 의식한 건 아니지만 외야로 공을 띄우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첫 번째로 공을 정확히 맞히고 강한 타구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전준우(오른쪽)가 8회초 수비에서 키움 송성문의 홈런을 지켜본 뒤 아쉬워하고 있다. |
8회말 1사에서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전준우는 키움의 4번째 투수 박윤성을 상대로 볼카운트 1-1에서 시속 143㎞ 직구를 강하게 잡아당겼다. 발사각 22.3도, 타구 속도 169.2㎞로 쭉쭉 뻗어간 타구는 무려 130m 지점 관중석에 안착했다.
너무도 기다렸던 홈런이다. 통산 214홈런, 지난해에도 17홈런을 날렸으나 18경기에서 소식이 없었던 대포였다. 작년에 이어 주장이라는 중책을 맡았기에 2할 초반대에 허덕이는 타격감도 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전준우는 "올해는 개시가 조금 늦었다. 시즌 초반에 바람이 계속 많이 불면서 넘어가야 되는 것들도 안 넘어가다보니 조급함도 많았다"면서도 "그런데 이럴 때일수록 평정심을 찾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더라. 계속 평정심을 찾으려고 노력도 많이 했고 뒤에서 준비도 꾸준히 계속하고 있었다. 하나씩 안타도 나왔고 행운의 안타도 나왔다. 그래서 페이스를 잘 맞춰가다 보면 정상 궤도에 오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상대 주장의 달아나는 홈런을 맞받아친 캡틴의 역전포였다. 전준우는 "또 그렇게 됐다"며 "간절히 원했던 홈런이었고 빨리 안 나와서 조급함도 있었다. 연패로 갈 수도, 일요일에 좋은 경기 후 패배한 상황이었는데 결정적일 때 나왔다. 선수들도 잘 따라가 줬고 그런 상황을 만들어준 게 너무 고마웠다. 저 혼자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다 동료들 덕분이기에 좋은 기회가 오는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경기 후 김태형 롯데 감독도 "지고있는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경기에 임해 8회말 전준우의 결승 홈런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시즌 초반 부상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트레이드 이적생과 어린 선수들의 반등에 힘입어 5위로 버티며 선전하고 있다.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베테랑들의 역할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8회말 역전 투런 홈런을 날린 뒤 포효하고 있는 전준우. |
그럼에도 전준우는 손사래를 치며 "야구를 오래했지만 1년 잘한다고 해서 다음에 잘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지금 어린 선수들이 준비도 열심히 하고 있고 잘해주고 있다. 우리 롯데 자이언츠를 이끌어 나가야 될 선수들"이라며 "여기서 힘들 때 베테랑으로서 역할이라는 게 있다. 그러다보니 한 팀이 되는 것이고 이겨내서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후배들의 부진과 부상 등으로 인해 올 시즌 외야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고 1번 타자로도 나서는 등 팀을 위한 궂은일에 앞장서고 있다. 주장이라는 책임감이 이러한 헌신의 배경이 됐을까.
전준우는 "야구에 주장은 없다. 나이가 들었다고 뒤에 빠져 있을 수도 없고 야구 선수는 옷 벗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어느 위치에 있어도 최선을 다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나이 들었다고 안타를 하나 더 주고 그런 게 아니다. 똑같은 경쟁이기에 경기에 뛸 수 있는 것 자체가 너무 좋고 뛰고 있을 때 정말 열심히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끝까지 야구를 잘할 수 있다. 저는 그런 마음을 갖고 계속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나도 지명타자만 할 수는 없다. 선수들이 다 돌아가면서 지명타자를 보면 제가 나가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게 팀플레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준우(오른쪽)가 팀 승리 후 김태형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