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수십 년을 산 사람에게조차 '수관층'이라는 단어는 낯설기만 하다. 숲의 지붕 역할을 하는 이곳은 나무들의 줄기와 잎이 모여 숲의 최상부를 이루는 나뭇가지 윗부분을 뜻한다. 수관층은 단순한 나무 꼭대기가 아니라 태양빛과 바람, 수많은 동식물이 어우러지는 또 하나의 생태계다. 전문 장비와 기술 없이는 접근하기 어려워 지금도 '세계의 여덟 번째 대륙'으로 불릴 만큼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신간 '나무 꼭대기를 여행하다'는 대만의 수관층 생태학자인 란융샹이 직접 나무를 오르며 경험한 연구와 삶을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생화학자를 꿈꾸던 학생이었지만, 대학 시절 산림학과 현장 실습에서 우연히 5m 높이의 나무에 오른 경험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높이에 따라 일조량과 환경 조건이 달라지기에 수관층을 따라 오르다 보면 가지와 잎의 모양, 착생식물의 종류, 초록빛의 농도 차이가 빚어낸 색다른 풍경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대만편백나무를 시작으로 대만가문비나무, 시트카가문비나무, 개솔송나무, 귀족전나무, 자이언트세쿼이아, 대만삼나무까지 7개의 나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학술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본인이 수관층을 연구하며 자연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생생한 체험기와 함께 담아냈다. 중간중간에 저자가 사용한 장비 사진과 나무에 올라가기 위한 각종 방법을 그린 삽화가 이해를 돕는다.
책은 단순히 수관층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 이것이 시사하는 사회적 메시지도 던진다. 북미에서 주로 목재로 사용되는 개솔송나무는 봄철만 되면 '스위스침엽수잎떨림병'이라는 질병으로 인해 광합성 효율이 떨어지면서 연간 최소 7800만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이 병은 1925년 처음 발견됐지만 한참 뒤인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심각한 산림 병해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봄이 더욱 습하고 더워지면서 곰팡이가 번식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탓이다. 경제적인 손실 외에도 개솔송나무를 먹고사는 붉은나무밭쥐와, 이를 먹고사는 점박이올빼미조차 생존 위기에 처하게 됐다.
다만 저자는 수관층의 존재 가치를 목재 생산과 같은 인간의 필요에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가령 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는 인간에게 육체적인 편안함과 정신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식물이 해충과 질병에 맞서기 위해 처절하게 내뿜는 방어 물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개솔송나무가 질병에 걸리면서 목재 생산량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로 인해 더 많은 햇빛과 공간을 얻게 된 이엽솔송나무나 숲 바닥의 다른 생물에는 또 다른 생태계를 만들어갈 기회가 되기도 한다.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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