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비중 35% 넘는데
소비 감소폭 커 내수 악영향
정부, 소득공제율 상향 검토
주거비 상승과 높은 물가에 가계 빚으로 인한 이자부담 때문에 민간소비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민간소비 위축은 경기부진과 직결된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글로벌 긴축 시기인 2022년말께 잠시 주춤했던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민간소비를 억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계부채(가계신용)는 2022년 4분기 1867조6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0.2%(3.6조원) 줄었는데 2013년 1분기 이후 10년만에 감소였다. ‘디레버리징’은 이듬해 1분기까지 이어졌지만, 이후부터는 올해 1분기(-0.2%)를 제외하고 모든 분기에서 상승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3분기 기준 가계부채 총액은 1913조8000억원으로 2000조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처럼 과도한 민간 분야의 부채에 대한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내놓은 정례 보고서에서 한국의 과도한 민간신용(가계·기업의 빚)에 대해 지적하며 “차입을 통해 소비와 투자를 늘리면 단기적으로 성장률 상승에 도움이 되지만, 부채 규모가 늘어날 수록 상환 및 이자 부담이 늘어 미래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가계가 빚에 허덕이다보니 한국의 내수 분야 회복도 더디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빠르게 증가한 가계부채로 상환 능력에서 벗어난 가구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소득이 떨어지면 소비 여력이 낮아지고 내수와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상품판매를 뜻하는 소매판매액은 지난 3분기까지 10개분기 연속 하락중이다. 기획재정부 역시 최근 월례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반년 연속 유지해오던 ‘내수 회복 조짐’이란 표현을 삭제한 바 있다.
한국은행의 ‘1인 가구 확산의 경제적 영향 평가’ 보고서는 1인가구 비중이 늘어나지만 1인가구 소득은 줄어들어 소비위축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연 평균 소득은 지난 2023년 2606만원으로 지난 5년새 612만원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2인 가구는 864만원 늘어난 3828만원, 4인 가구는 1134만원 증가한 5412만원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수치는 가구원 수에 따른 소득 규모 차이를 조정해 산출한 균등화소득이다. 2인가구나 4인가구에 비해 1인가구의 소득이 절대액수에서도 적고, 증가액수도 크게 뒤처지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제는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35.5%에 달할 정도로 높아 이들의 소비력 약화가 민간소비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한은은 이들 1인가구의 소비 위축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지출 규모로 산출하는 평균소비성향 지수에서 1인가구는 5년새 5.8% 감소했다. 2인가구(-2.5%), 4인가구(-0.5%) 대비 큰 감소폭이다.
이재호 한은 조사총괄팀 과장은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월세 등 주거비가 오르고 각종 생활물가가 뛴 점이 1인가구의 소비 위축으로 이어졌다”며 “내수 기반 차원에서 1인 가구의 주거·소득 안정이 중요한 만큼 이들에 대한 대책이 우선 실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급히 내수 진작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가계의 소비여력이 약한 가운데 정책지원을 통해서라도 돈을 돌게 만든다는 것이다. 기재부 등 정부 부처는 연말연초 발표를 목표로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해 한시적 소득공제율 상향 등을 포함한 내수 회복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정부 역시 건전재정 기조 아래에서 적극적 재정정책을 펼치기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정부가 재정정책을 집행하기 위해선 세금을 더 걷거나 국채 발행을 통해 빚을 져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팬데믹을 거치며 늘어난 국가채무로 건전재정이 절실한 상황인데다 경기부진으로 세수 역시 부족해 쓸 돈이 마땅찮은 상황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향후 GDP 대비 국가채무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며 “결국 해결책은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것인데, 기업들 역시 대다수는 부채로 인해 투자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선택과 집중을 통해 차세대 신산업을 중심으로 재정을 통한 지원을 해 전반적인 경제성장을 끌어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