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세포로…'생명의 고리'에 얽힌 인간을 보다

1 week ago 16

메리코켑 베르하누의 ‘무제 CXIV’. 에스더 쉬퍼 서울 제공

메리코켑 베르하누의 ‘무제 CXIV’. 에스더 쉬퍼 서울 제공

오늘날 동시대 미술은 인간을 세계의 중심이 아니라 거대한 생명의 흐름 속 한 존재로 바라본다. 세포와 식물, 꽃과 신화를 통해 생명의 연결과 순환을 그려내는 메리코켑 베르하누와 비비안 그레벤의 서울 개인전은 이러한 미술계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서울 한남동 에스더 쉬퍼에서 열리는 에티오피아 출신 작가 메리코켑 베르하누(49)의 아시아 첫 개인전 ‘세포의 기억’은 생명의 가장 작은 단위인 세포를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그는 에티오피아와 미국을 오가며 쌓은 삶의 경험을 생명과 기억으로 확장했다.

비비안 그레벤의 ‘애프터 다프네 II’.  페로탕 서울 제공

비비안 그레벤의 ‘애프터 다프네 II’. 페로탕 서울 제공

전시 제목은 세포가 과거의 경험과 자극을 기억한다는 생물학적 개념에서 착안했다. 작가에게 세포는 생물의 단위를 넘어 몸속에 축적되는 문화적 기억과 이동의 경험을 품은 존재다. 화면에는 세포 분열을 연상시키는 둥근 형상과 발아하는 식물, 사람의 손과 발, 신경망처럼 뻗어나가는 회로가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듯 공존한다.

서울 청담동 페로탕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독일 작가 비비안 그레벤(41)의 국내 첫 개인전 ‘인 블룸’은 생명의 또 다른 속성인 변신에 주목한다. 그는 고대 그리스·로마 조각과 신화를 바탕으로 인간이 다른 존재로 이행하는 순간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대표작 ‘운디네 I’는 물의 정령이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넘나드는 찰나를, ‘애프터 다프네 II’는 나무로 변한 다프네 신화를 꽃의 이미지로 다시 해석한다. 화면 속 꽃은 만개와 쇠락을 동시에 품고 있으며 매끄러운 피부는 살아 있는 살결인 동시에 차가운 대리석 조각처럼 보인다.

메리코켑 베르하누의 ‘세포의 기억’은 8월 14일까지, 비비안 그레벤의 ‘인 블룸’은 8월 19일까지 이어진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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