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 든 푸틴, 눈물 쏟은 아베 부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와 만났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아키에 여사를 크렘린궁에서 접견했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아키에 여사에게 꽃다발을 안기며 환영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아키에 여사에게 “당신 남편의 죽음은 그를 아는 모든 사람에게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는 2022년 7월 선거 유세 중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이어 아베 전 총리에 대해 “단호해야 할 때와 강인해야 할 때를 아는 정치인이었다”며 “동시에 그는 가능할 때마다 매우 진실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신의 남편은 러일 관계 발전을 위해 많은 일을 했고, 나와 개인적으로 매우 좋은 개인적 관계를 맺었다. 그의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한 기억도 난다”며 “그가 진심으로 러일 협력의 완전한 복원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와 일본의 평화조약 체결이 그가 추구했던 꿈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이 길에서 함께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아키에 여사는 푸틴 대통령의 말을 들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베 전 총리는 푸틴 대통령과 27차례 정상회담을 하고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며 평화조약 체결과 남쿠릴열도 영토 분쟁 해결을 시도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일본이 서방의 대러 제재에 합류하고 러시아의 비우호국 명단에 오르는 등 양국의 정치적 관계가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아키에 여사를 볼쇼이 극장에서 열리는 ‘곱사등이 망아지’ 공연에 초대했고 자신의 ‘아우르스’ 전용 리무진도 제공하는 등 극진히 대접했다.

면담후 아키에 여사는 “러시아는 일본의 중요한 이웃”이라며 “어려운 시기에도 양국간 문화 교류와 인적 교류가 발전한다면 큰 기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깜짝 면담후 일본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아사히 신문은 “서방으로부터 강한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일본을 보다 자신의 편으로 가깝게 오게 만드려는 목적이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러시아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키에 여사가 취임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미·일 대화의 물꼬를 튼 것처럼 러·일 대화에도 일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한편, 일각에선 아키에 여사의 면담이 적절했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 정부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며 일반 국민에게 방문을 중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야시 요시마사관방장관은 이날 관련 질문에 “일본 정부 차원에서 아베 아키에 여사와 논의하지 않았다”며 “정부 차원에서 코멘트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일본 정부의 러시아 방문 중단 권고에도 아키에 여사가 러시아를 찾은 데 대해선 “기본적으로 러시아로의 도항(渡航)은 하지 않도록 국민에게 요청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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