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에세이 ‘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 출간기념 인터뷰
“실패라는 게 어디 있어요? 살면서 죽지 않으면 공부 아닌가요?”
25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김호연 작가(51)에게선 늦깎이로 빛을 본 사람 특유의 내공과 겸손이 느껴졌다. 전작 소설 ‘불편한 편의점’과 ‘나의 돈키호테’를 180만 부 베스트셀러에 올린 그가 이번엔 에세이를 냈다고 했다. 성공담을 들을 수 있을까 싶어 바로 만났다.
김 작가는 신간 에세이 ‘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푸른숲)에 대해 “제가 뒹굴고 실족(失足)한 얘기들”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말마따나 신간은 실패담 모음집에 가깝다. 글이 안 써져 정처 없이 거리를 헤매고, 오늘도 한 줄을 못 쓰고 찝찝하게 침대에 몸을 누이고, 관찰 예능에 출연한 연예인이 자신의 책을 냄비 받침으로 쓰는 요행 덕에 책이 역주행하길 바라는 인간적인 고백이 담겼다.
해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했던가. 김 작가는 시나리오 대본 작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소설을 써왔다. 네 번째 소설마저 지지부진하던 2019년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스페인 마드리드에 3개월간 머물며 집필할 기회를 얻게 됐다. 이때 경험을 동력으로 ‘불편한 편의점’과 ‘나의 돈키호테’를 썼다. “네 번째 소설마저 잘 안 되고 힘들 때 저는 거의 투명 인간 같은 존재였어요. 내가 과연 사회에 쓸모가 있을까 소외감도 들었고요. 민망한 모습이나 바보 같은 모습, 제 민낯을 가감 없이 담으려고 했어요.”김 작가의 이야기가 실패담에서 끝나지 않는 건 그가 계속 걸었기 때문이다. “죽지 않으면 돼요. 살아 있는 게 승리거든요.” 단순하고 명료했다. “누구나 자기 업(業)에서 ‘업 앤 다운’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냥 김호연처럼 바보짓 한번 하고 혹은 무모한 도전이라도 해보고 농담하면서 버티고 이렇게도 사는구나 그러다가 좋은 기회도 생기는구나 하고 기운을 얻으면 좋겠어요.”
“제가 쓰는 소설들도 다 그런 얘기잖아요. 실패한 사람들 혹은 루저들. 그래도 밥은 잘 먹고 다니는. 제가 쓰는 평범한 사람들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버티면서 조그만 즐거움에 살아가요. 저도 그렇게 살아요.”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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