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광 칼럼] 인공지능 혁명은 왜 가난을 가속화 시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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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예지하기 쉽지 않지만, 인공지능 혁명은 많은 직업을 소멸 시킬 것이다. 최근 ChatGPT가 지브리 만화 풍의 그림을 변환하는 기술을 내놓자,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각종 소셜 미디어에서는 ChatGPT가 그린 그림이 도배되었다.

이는 사용자가 단어를 입력하여 원하는 화풍, 스타일, 내용을 그릴 수 있는 시대가 열렸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대부분의 일러스트 작가들은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에서 사용하는 수많은 팜플렛, 인터넷 광고용 썸네일, 광고 등은 이제 생성형 인공지능 이미지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혁신은 때론 일시적으로 특정 직업군을 소멸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과거 기술 혁명은 실직자에게 새로운 생계 수단을 찾을 여유를 줬다. 10만명이 넘던 파리의 마부들이 자동차 시대가 시작되고 대부분 직업을 잃었다. 이들은 일시적으로 직업을 잃었지만 곧 택시 운전사라는 다른 직업을 찾을 수 있었다. 1980년대 ATM 기기의 보급으로 미국 내에서 100만명의 은행원들이 직업을 잃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금융 분야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AI는 모든 것을 동시에 무너트리고 있다. 창의성, 판단력, 육체 노동까지 대체하며, 저소득층이 재기할 틈을 앗아가고 있다.

예) 예술가에서 'AI 프롬프트 입력자'로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를 생성하는 ChatGPT 등장 후, 중소 게임사들은 일러스트레이터 대신 비정규직 프리랜서를 고용해 AI로 작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모 씨(32)는 “한 달 수입이 30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추락했다”고 말할 정도로 일러스트레이터 업계는 큰 타격을 받았다.

예) 변호사 직종의 붕괴

미국 로펌들은 AI 법률 서비스로 계약서 검토 시간을 90% 줄였다. 앞으로 로펌은 인공지능 법률 서비스와 소수의 변호사가 관리하는 형태로 변화될 것이다.

“AI는 실직자에게 제2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들이 배울 직업도 이미 사라진 뒤다.”

-〈AI와 노동의 미래〉, MIT 테크놀로지 리뷰 중에서.

인공지능 혁명은 사회적 격차와 경제적 격차를 더 키우는 시대가 되었음을 알리고 있다. 한가지 예로 부동산 임대업자의 미래를 들 수 있다.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계층의 경우 인공지능이 발전하더라도 주거용 부동산을 임대하는 임대 사업자들의 수입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이다. 인간은 잠잘 곳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빅테크 기업의 경우 인공지능 혁명의 수혜 기업들이기 때문에 주가와 매출은 더욱 견조하게 상승하게 될 것이다.

반면, 별다른 기술 없어도 되는 택배, 레스토랑 서빙과 같은 직종들은 빠르게 인공지능 기반의 로봇이 대체하고 있다. 특정 산업에서 독점적이고 고수익을 얻는 회계사, 변호사, 의사와 같은 직종도 인공지능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다만 이들 직종은 직능 단체가 이익단체가 되면서 인공지능의 도입을 늦추거나 법적 제약을 두는 방식으로 저항하겠지만 결과적으로 인공지능은 대부분의 직종을 소멸 시킬 산업군이 되었다. OECD는 2030년까지 글로벌 8억 개 일자리가 AI로 대체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예) 물류 노동자의 종말

아마존은 자율주행 배송 로봇 Scout 도입으로 12만 명의 계약직을 해고했다. 이들은 대부분 재교육 비용(월 100만 원)을 감당하지 못해 일용직 노동자로 전락했다.

예) 패스트푸드점의 무인화

맥도날드는 AI 키오스크와 자동 조리 로봇 'Flippy'를 도입해 15분에 버거 300개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인건비가 급격히 상승한 선진국의 경우 자동 조리 로봇이 프랜차이즈 근로자들을 줄이고 있다.

가장 뛰어난 지능과 지식이 요구되는 금융업에서도 인간은 밀려나고 있다. 미국의 상업 은행 초단타 거래 기법의 경우 인공지능 기반 알고리즘 트레이딩으로 변화하면서 기존의 트레이더들 대부분이 직장을 잃었다. IPO, 상장 업무는 복잡한 서류와 규제, 회계, 법률 관계를 파악해야하기 때문에 인간을 대체하기 힘든 분야라고 여겨졌지만, 이제는 골드만삭스의 IPO 부서에는 상장 업무를 주관하는 소수의 전문가 외에 대부분이 해고되고 자동화된 소프트웨어로 대체되었다.

인공지능 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도 독점적인 기술을 가지지 못한 계층에게 타격이 클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저소득층의 경우 공장, 레스토랑과 같은 서비스업에서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더 큰 사회적 충격이 예상되고 있다.

인공지능 혁명은 서민들의 직업을 공격적으로 대체하고 더 불완전한 직업으로 내몰려 장기적인 경제 계획이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월 200달러의 ChatGPT 플러스는 고소득층에게 생산성 300% 향상을 선사하지만, 저소득층에게 월 200달러 구독료는 꽤 부담되는 가격이다.

예) 부동산 투자의 AI 최적화

AI 플랫폼 Zuma는 월 2,000달러로 공실률, 임대 수익을 예측한다. 규모가 있는 임대 사업자는 인공지능 플랫폼을 이용하면 부동산 임대 시작에서 보다 효율적인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다. 반면 개인 임대 사업자는 이런 인공지능 솔루션 사용 비용에 눌려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

예) 의료 격차의 확산

미국 존스홉킨스 병원은 GPT-4 기반 진단 시스템으로 희귀암 판정 정확도를 40% 높였지만, 1회 검진 비용이 500만원이 넘는다. 보험 없는 환자는 AI 진단 권고조차 받지 못한다.

AI 혁명을 '포용'으로 이끌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 새로 만드는 파렌토의 법칙은 20%가 80%의 부를 획득하는 것에 넘어 1%가 99%의 부를 가지도록 만들고 있다. “인공지능 접근 격차”를 줄이는 정책 없이는 빈곤 악순환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인공지능 접근권을 인류 보편의 가치로 설정해야 한다. 싱가포르 AI for All 프로그램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저소득층에게 무료 AI 교육, 프리미엄 도구 제공하여 인공지능 격차를 줄이는 노력이 범정부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맺으며

인간을 위한 기술인가, 기술을 위한 인간인가?

1800년대 영국의 러다이트 운동은 기계를 부수며 생존권을 요구했지만, 역사는 그들을 '역진의 상징'으로 기록했다. 그러나 AI 시대의 빈곤층은 부수고 싶어도 부술 기계가 보이지 않는다. 기술이 누군가의 생계를 앗아갈 때, 우리는 혁신의 이름으로 이를 외면하면 안된다. AI 혁명이 가난을 재생산하는 도구가 되지 않으려면, 기술의 혜택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지금 당장 설계해야 한다.

“AI가 모든 직업을 대체해도, 인간의 노동이 사라져선 안 된다. 노동은 존엄이다.”

-토마스 피케티, 〈자본과 이데올로기〉 중에서

필자 소개: 김호광 대표는 블록체인 시장에 2017년부터 참여했다. 나이키 'Run the city'의 보안을 담당했으며, 현재 여러 모바일게임과 게임 포털에서 보안과 레거시 시스템에 대한 클라우드 전환에 대한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관심사는 사회적 해킹과 머신러닝, 클라우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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