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하늘, 도시의 스카이라인 등 모든 풍경이 세트의 일부분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어요.”
김현정 무대 디자이너(사진)는 오는 11일부터 이틀간 부산 북항 랜드마크 부지 특설무대에 오르는 야외오페라 ‘카르멘’의 무대를 맡았다. 그는 “북항을 처음 보고 나서 솔직히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비제의 음악이 무대는 물론 주변 환경과 완벽하게 어울리게 하는데 중점을 둬야 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김현정은 부산대 미술대학 가구디자인과와 이탈리아 브레라 국립미술원을 졸업했으며 국립오페라단 미술감독을 지내며 여러 오페라 무대를 제작했다. ‘아이다’ ‘토스카’ ‘투란도트’ 등의 무대가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는 “일반 극장과 달리 사방이 노출된 야외 무대는 자연스럽게 시각과 청각적 방해가 생기기 마련”이라며 “이런 요소들이 관람의 걸림돌이 아니라 조화롭게 무대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김현정은 장면과 구조물, 오브제를 통틀어 이번 무대를 “붉은색으로 대표한다”고 말했다. 그의 해석에서 붉은색은 불꽃처럼 타오르는 정열이자 관능이다. 도덕과 사회적 규범에 묶이지 않는 자유와 반항의 색이기도 하다. 그는 “붉은 천은 소를 자극해 죽음으로 이끄는 도구이고, 세트에 칠해진 붉은색은 투우사의 피 혹은 소의 피로 비극적 운명을 암시하는 복선”이라고 했다.
무대 위에는 자유롭게 휘날리는 붉은 천과 미로 같은 붉은 길이 놓인다. 투우장을 연상시키는 계단 무대, 스페인풍의 낡은 돌담, 바닥까지 이어지는 핏빛의 선이 카르멘의 세계를 형성한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계단이 하나로 합쳐져 투우장이 되고, 그 앞에 붉은 투우장 울타리가 배치됐다. 김현정은 “부산은 오페라의 불모지”라며 “이번 공연이 부산의 공연문화가 한 단계 도약하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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