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삼화회계법인 공인회계사] 다섯 명짜리 회사에 필요한 사람과 오십 명짜리 회사에 필요한 사람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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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필 삼화회계법인 공인회계사 |
창업 직후에는 뭐라도 해내는 사람이 귀하다. 지휘는 창업자가 하니, 회사를 일단 살리고 굴러가게 만드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시드 투자를 받고 회사가 일단 살아남고 나면, 필요한 인재상이 달라진다. 이제는 굴러가게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기 영역에서 전문성을 갖고 결정하고, 지출의 의미와 효율을 따지고,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해 회사의 밸류를 다음 단계로 끌어올리는 사람이 필요하다. 조직이 대기업처럼 안주하기 시작하는 순간, 스타트업은 스타트업이기를 멈춘다. 그걸 막는 사람이 이 단계의 핵심 인재다.
문제는 이런 인재일수록 비싸다는 것이다. 검증된 사람이고, 대기업도 탐내는 사람이다. 초기 회사는 고정비를 가볍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니, 함부로 연봉으로 맞붙을 수도 없다. 다행인 것은, 이런 인재일수록 당장의 월급보다 자기가 직접 키워낼 회사의 미래 가치에 베팅할 줄 안다는 점이다. 회사에게도 인재에게도 정확히 들어맞는 보상 수단이 있으니, 바로 스톡옵션이다.
스톡옵션은 회사가 핵심 인재에게, 미래에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회사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주식매수선택권)를 주는 것이다. 회사는 지금 현금을 쓸 필요가 없고, 인재는 회사가 커진 만큼의 차익을 갖는다. 다만 공짜는 아니다. 대표를 포함한 기존 주주의 지분이 희석되는 것을 감수하고 주는 보상이며, 심지어 회계기준에서는 부여하는 것만으로도 그 시점에 옵션가치를 평가하여 근로에 대한 보상 비용으로 인식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리고 받는 사람에게도 스톡옵션은 보장된 보너스가 아니다. 세무적인 위험과 구조적 한계, 그리고 벤처기업에 대한 특례가 있으니 이를 알고 잘 이용해야 한다.
스톡옵션을 받고 기뻐하던 직원이, 몇 년 뒤 행사를 하고 "세금이 이렇게 나온다고요? 저는 주식을 판 적도 없는데요?"라는 표정을 짓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다. 입사해서 부여받을 때는 세금이 없지만, 문제는 행사할 때다. 행사 시점의 시가와 행사가격의 차이를 이익으로 보아, 재직 중이라면 근로소득으로 과세된다. 주식을 팔아 현금을 손에 쥔 게 아닌데, 세금은 현금으로 내야 한다. 회사가 잘될수록 시가는 오르고, 시가가 오를수록 팔지도 않은 주식에 붙는 세금이 커진다. 스톡옵션의 역설이다.
물론 세법도 이 문제를 안다. 그래서 벤처기업의 경우에는 세 가지 과세 특례를 두고 있다. 행사이익 중 연간 2억원까지는 소득세를 내지 않는 비과세 특례(단, 한 회사 기준으로 누적 5억원까지), 세금을 5년에 나누어 낼 수 있는 분할납부 특례, 그리고 행사 시점에는 과세(근로소득세 최고 45% 누진세율 적용 가능)하지 않고 나중에 주식을 팔아 현금이 생겼을 때 양도소득세로 과세(일반적으로 근로소득세 과세보다 유리)하는 과세이연 특례다. 단, 이러한 특례는 자동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과세이연 특례의 경우 전용계좌 개설 등 별도의 절차와 요건이 더욱 까다롭다. 따라서 회사와 임직원은 미리 관련 내용을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행사할 때 유의할 점은 세금만이 아니다. 행사해서 세금까지 냈는데, 회사가 기대만큼 크지 못해 시가가 행사가격 아래로 내려가는 경우다. 세금은 이미 냈고, 주식은 손실이다. 회사가 비상장이라면 다음 투자 라운드가 있어야 그나마 팔 곳이 생기니 더욱 답답해질 수 있다.
그래서 대표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스톡옵션을 '주는 것'까지가 대표의 일이 아니다. 몇 퍼센트를 누구에게 줄지, 베스팅을 어떻게 할지 설계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정말 필요한 인재를 데려오고 붙잡고 싶다면, 받는 사람이 마주칠 세금과 조건, 그리고 행사한 주식을 언제 어떻게 현금화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설계해줘야 한다.
다행히 이런 설계를 하려는 대표에게 제도는 유리하게 바뀌고 있다. 벤처기업에게 스톡옵션은 과세특례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도 특별대우를 받는다. 일반 회사는 발행주식총수의 10%까지만 스톡옵션을 부여할 수 있지만, 벤처기업은 임직원에게 50%까지 부여할 수 있고, 외부 전문가에게도 별도 한도 내에서 부여할 수 있다. 행사가격도 시가보다 낮게 정할 수 있는데, 이때 부여 시점에 계산한 할인이익의 한도가 올해부터 1인당 5억원에서 2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투자계약 관행도 정비되고 있다. 지난 6월 말에는 사전동의권, 상환권 같은 조항을 손질한 벤처투자 표준계약서 개정안이 발표됐다. 과거 투자사 위주의 투자계약 관행의 문제들도 제도 차원에서 하나씩 개선되고 있다는 뜻이다.
스톡옵션 보상 제도든 투자계약 관행이든, 판은 창업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깔리고 있다. 벤처기업 대표라면 이 판을 잘 알고 설계하는 것, 그것이 진짜 좋은 인재를 데려오고, 지킬 수 있는 인사관리다.

4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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