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헌책방 종업원이었던 조지 오웰은 손님을 '경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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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상자'만 방문하는 서점의 책임에 관한 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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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의 문학정신은 산문집 '나는 왜 쓰는가'에 오롯하다.

한국에도 오래전 번역된 책으로, 국내 명사들은 어김없이 이 책을 추천한다. 펼치는 글마다 명편(名篇)과 명문장으로 가득한 책이어서다.

이 책에 수록된 산문은 29편. 그 가운데 오웰이 1936년 11월에 쓴 '서점의 추억'이란 산문은 자주 회자된다. 오웰이 1934~1936년 영국 런던 소재 헌책방에서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며 생계를 꾸리던 시절의 기억을 담은 글이다.

당시 런던 헌책방은 결코 낭만 가득한 추억의 공간이 아니었다.

오웰에게 헌책방 이미지란 이런 것이었다. 일단 헌책방에선 '정상적인' 부류의 방문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부랑자들과 정신이상자들이 음침한 헌책방으로 몰려들었다. 오웰의 표현대로라면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닌 편집증 환자들'이 헌책방을 드나들었다.

서점 방문객들이 단지 다소간의 성격이상자이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수준이었다면, 오웰이 그들에게 그토록 경멸적인 시선을 보내진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이런 식이었다.

옛 책을 사랑하는 척 위장하지만 초판에만 집착하는 속물, 가뜩이나 싼 중고 교과서 값을 더 깎으려 혈안이 된 부모, 그럴듯한 책을 조카에게 선물하고 싶어 책방에 들렀지만 책에 대한 열의를 찾아보기 어려운 고객. 심지어 오웰이 일했던 서점엔 '자신이 왜 책값을 내지 못하는지를 꾸며대며 책을 무상으로 가져가려는' 이들까지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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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웰은 그들을 혐오하기까지 한다.

그러다 '정상적인' 독자는 더 이상 서점을 찾지 않는 상황을 두고 오웰은 강한 어조로 쓴다. "사람들이 책을 찾지 않는 진짜 원인은 독자가 아니라 작가에게 있다"고 말이다.

오웰은 쓴다. 일반 대중의 취향은 책으로부터 멀어졌다. 왜 그런가. 오웰은 작가가 책을 쓰는 '집필 동기'를 네 가지로 분류한다.

첫째, 남들에게 똑똑해 보이고 싶은 허영심.

둘째, 적절한 단어나 문장 배열로 인해 느끼는 미학적 쾌(快).

셋째, 현실의 뒷면에서 진실을 캐내 다시 쓰려는 역사적 충동.

넷째, 타인의 생각을 바꾸려는 정치적 목적.

오웰이 보기에 작가들의 집필은 위의 네 가지 동기 중 어느 하나에도 제대로 부합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일반 대중의 취향은 책으로부터 멀어졌다. 오웰은 일갈한다.

"오늘날(1930년대) 영국과 미국 단편소설은 철저히 무기력하고 무가치한 것이, 대부분의 장편보다 그 정도가 훨씬 더하다."

오늘날 한국의 서점을 찾는 이들은 정신이상자나 편집증 환자가 아니다. 얼마 되지도 않는 책값을 깎으려 하는 독자도, 책값을 못 내겠다고 버티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사람들이 책과 거리를 두는 일이 가속화했다는 현상만큼은 명확하다. 그것은 누구의 책임일까.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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