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타인의 말을 듣지 않으면 자기고립에 빠지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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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문학은 서로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양성에서의 문학의 역할'이라는 글에서 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학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이해하기 쉽게 해주며, 타인의 시선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해준다. 또한, 위대한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다양한 삶을 경험하지만 여전히 자신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학이 인간에게 필수적이라고 믿었으며, 스스로도 다독가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믿음은 문학이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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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교수'였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건네는 책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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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문학은 때로 반목하는 듯이 보인다. 문학이 그만의 상상력으로 종교에 대들었고, 종교는 그런 문학을 꾸짖었기 때문이다.

구원의 가능성을 두고도 둘은 가끔 말이 달랐다. 그래서 종교와 문학은 용해되지 못할 가치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올해 7월 신자들에게 발표했던 '양성에서의 문학의 역할'이란 글은, 그런 선입견을 전복시킨다. 최근 김탁환 소설가가 페이스북에 소개하면서 크게 화제가 됐던 글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웹사이트의 '문헌마당-교황' 코너에 전문(全文)이 공개 중이다. '책'은 아니지만 책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 숭고한 글이다.

20대 후반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1964년부터 3년간 문학을 가르친 '교수' 출신이다. 그래서인지 이 글엔 문학을 읽는 일의 의미부터 소설가, 시인에 대한 그만의 깊이 있는 정의와 해석이 가득하다. 분량 관계상 문어체로 다소 압축해 소개하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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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은 이름 없는 것을 부른다. 이 말은 부여잡을 수 없는 것을 향해 뻗어 나간다" "예술가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다가가기 쉽고 이해하게 해주는 일의 장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의 모국 아르헨티나의 대문호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를 인용한다. 보르헤스는 인간 삶에서 '타인의 시선에서 보기'를 중요히 여겼다. 우리가 소설과 시를 읽는 건 다른 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란 게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언이다.

교황은 심지어 이렇게까지 글을 남기는데, 성좌에 앉은 그의 위치를 생각하면 이 한마디는 울림이 크다.

"누군가 우리에게 도전을 제기할 때 그의 목소리를 더 이상 듣지 않는다면 이것은 위험하다. 신학과 심리학을 많이 공부했더라도 곧바로 자기 고립에 빠지고 우리 자신과 또 하느님과 맺는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일종의 '영적 듣지 못함'의 상태에 이른다."

이 글 제목의 양성(養成)은 가톨릭 사제 양성을 뜻한다. 그러나 단지 신자가 아니더라도 모든 인간에게 적용 가능한 말이다. "위대한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천 명의 사람이 되어 보지만 여전히 나 자신 그대로 남아 있다"는 C S 루이스의 말을 교황이 인용하는 대목에 이르면 마음 깊은 곳에서 눈물이 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학이 인간에게 필수적이라고 봤다. 그래서인지 그는 다독가로도 유명한데 이탈리아 작가 알레산드로 만초니의 소설 '약혼자들'을 즐겨 읽었다. 한 인터뷰에서 교황의 책상에 놓인 그 책을 본 기자가 책에 대해 묻자 교황은 "세 번 읽었는데 또 읽으려고 책상에 놔둔 책"이라고 말해 '약혼자들'의 전 세계 판매량이 급증한 일도 있다.

교황에게도 문학은 하나의 기둥이었을까.

"숭고한 이상과 열망, 깊은 고통과 두려움과 열정…. 책을 읽는다는 건, 하나의 온전한 세상을 창조함으로써 본문을 다시 쓰는 것이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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