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인간 정신은 작은 메모와 쪽지의 형태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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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책 [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인간 정신은 작은 메모와 쪽지의 형태로 작동한다" 베토벤의 메모 쪼가리가 6만 유로에 낙찰된 이유 메모를 소중히 보관하는 사람은 드물다. 메모는 무수한 사람들의 손에서 구겨지고 버려진다. A4용지 뒷장에 적어둔 짧은 기록, 포스트잇에 끄적인 생각의 파편은 대개 '쓰레기통 직행'인 경우가 많다. 책은 책장에 꽂혀 영원을 약속받지만 메모는 순간적인 찰나에만 생명력을 가진다. 하지만 독일 저널리스트이자 학자인 헥토어 하르쾨터는 신간 '메모의 문화사'에서 인간과 동행했던 메모의 역사를 사유한다. "메모는 가장 작은 책이자, 인간과 함께 했던 미디어였다"는 통찰이 담겼다. 책이 소환하는 첫 번째 인물은 독일 황제 프리드리히 3세다. 그에겐 '99일의 황제'란 별명이 뒤따랐다. 1888년 즉위 후 99일 만에 사망해서다. 즉위 당시, 그는 후두암 투병 중이었다. 말을 할 수 없는 몸 상태이다 보니, 황제는 메모로만 소통했다. 메모는 그에게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메모보다 오래 살아남지 못했다. 그의 부검 결과도 '메모'에 적혔고, 그 메모는 현존한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도 메모에 열성적이었다. 악상이 떠오르면 그는 늘 메모했고, 때로 옷소매에 메모했던 흔적이 남아 있다. 베토벤은 악필(惡筆)로 유명한데 가독성이 거의 없는, 해독 불가능한 그의 악보처럼 메모 역시 참으로 어지러웠다. 지금까지 남은 베토벤의 메모는 가격이 상상을 초월한다. 2011년 한 경매에서 베토벤의 메모 쪼가리는 6만유로에 낙찰되기도 했다. 아이디어를 메모에 착상하는 유명인으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빼놓을 수 없다. 다빈치는 메모지로 사용 가능한 모든 곳을 짧은 순간의 기록으로 남겼다. 다빈치의 크고 작은 문서, 찢어진 종잇조각, 스케치, 글, 메모는 1만점을 넘는다. 특히 그의 허리 벨트에는 '작은 책'이 달려 있었다. 빠르게 메모하기 위한 그의 습관이었다. 다빈치의 메모장은 윈저성, 대영도서관, 파리 프랑스학술원, 바티칸, 뉴욕에도 남아 후대를 만나는 중이다. 다빈치는 메모를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에 '최종적인 형상'을 부여했기에 가장 인간다운 인간으로 기억된다. 메모는 짧다. 그리고 가볍다. 끄적이고, 휘갈겨 쓰기도 하고, 어디에 써뒀는지 기억하지 못하기도 한다. 쉽게 사라진다는 것, 그게 메모의 본질일 것이다. 하지만 메모는 불필요하지 않다. 흘러가는 생각과 소리, 무상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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