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전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영화 발전을 위한 멈추지 않는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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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희
입력 :  2024-11-29 13:37:03 수정 :  2024-11-29 14:31:52

김동호에게서 넘치는 유머와 철저한 자기 관리, 에이지 슈팅을 수시로 기록했던 골퍼 게리 플레이어를 떠올린다.

다큐멘터리 <영화 청년, 동호(Walking in the Movies)>의 칸영화제 포스터

다큐멘터리 <영화 청년, 동호(Walking in the Movies)>의 칸영화제 포스터

부산영화제에 쏟은 열정의 나날 담은 <영화 청년, 동호>

궁금했었다. 대다수의 주변 사람들이 연습장 한 번 가본 일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인도어 골프연습장은 매번 사람들로 북적이고 대기번호를 받아야 하는지 말이다. 연습 안해도 될 만한 로어 핸디캐퍼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연습장을 찾고, 연습이 많이 필요해 보이는 사람들은 연습장에 없다.

새벽 6시 30분, 6시부터 벼르다가 결국 30분 늦게 도착한 집 근처 골프연습장. 붐비는 시간대를 피해 이른 아침 시간에 간 날은 손가락으로 꼽는데, 그때마다 연습장에서 스윙과 샷을 진지하게 다듬고 있는 김동호 전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의 모습을 어김없이 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뵙는 자리에서 그는 지팡이를 가지고 등장했다. 하노이영화제에서 그제 아침 도착했노라며 지난 5월 칸영화제에서 박광수 감독에게 선물 받은 지팡이를 들어 보였다. 김동호 위원장은 올해 5월 14일부터 25일까지 열린 칸영화제 칸 클래식에 다큐멘터리 <영화 청년, 동호(Walking in the Movies)>(2024년, 감독 김량)의 배우로 참석했다. 칸 클래식 부문은 명작이나 거장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비경쟁 부문이다.

<영화 청년, 동호>는 김동호 위원장이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 창설 이후 2010년까지 15년간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으며 역경을 극복하고 세계를 누비며 부산국제영화제를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 세계 영화인들이 찾는 최대의 영화 축제로 만든 과정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임권택, 이장호, 이창동, 정지영 등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들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박중훈, 조인성 배우 등이 출연하고 예지원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칸이 인정한 영화인 김동호는 <영화 청년, 동호>의 주역 배우이자 영화 <주리>(2012년)의 감독이다. 1996년부터 2010년까지 15년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었다.

김동호 위원장은 1970~1980년대 경제부흥기에 문화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KBS를 한국방송공사 공영방송으로 개편(1973년)하고, 같은 해 영화진흥공사를 발족했다. 문화예술진흥원(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을 창설하고, 해외 홍보를 총괄하는 해외 홍보관을 문화공보부 직제로 확대했으며, 코리아 파운데이션(현 국제교류재단) 해외홍보협회, 문화예술진흥법, 문화예술진흥 5개년 계획 수립 등 문화 예술 정책 기조를 만들었다.

1980~1988년 기획관리실장으로 독립기념관, 예술의전당, 국립현대미술관, 국악당 등 주요 문화 예술의 기관시설 기획, 건설, 개관의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김동호 위원장은 영화진흥공사 사장에 임명될 때, 영화계 일부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히면서 스스로 영화인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사장 4년 임기 동안 총력을 다하며 종합촬영소(남양주 소재) 건립을 추진했다. 동시에 한국 영화가 살 길은 해외 시장이라고 판단해 몬트리올영화제, 미수교국인 모스크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몽고, 루마니아, 헝가리 등에 한국 영화 주간을 만들었다. 초대 예술의전당 사장, 차관, 공연윤리위원회 위원장 역임 이후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창설하면서 완전한 영화인이 되었다고 말한다.

1996년 부산영화제 개막 전, 김동호 위원장의 절친들과 찍은 사진.  왼쪽부터 임권택 감독, 노영심, 김동호, 강수연, 박정자, 윤석화.

1996년 부산영화제 개막 전, 김동호 위원장의 절친들과 찍은 사진. 왼쪽부터 임권택 감독, 노영심, 김동호, 강수연, 박정자, 윤석화.

(왼쪽) 김동호 위원장의 자서전 <김동호의 문화노트>. (오른쪽) 김동호 위원장 소장 사진. 배우 조인성과 함께

(왼쪽) 김동호 위원장의 자서전 <김동호의 문화노트>. (오른쪽) 김동호 위원장 소장 사진. 배우 조인성과 함께

국내외 영화사 발전 위한 끊임없는 행보, 자서전 출간까지

김동호 위원장에게는 매시간, 매해를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그의 시계는 다른 사람들의 시간과는 다르게 구성되어 있는 것일까.

“작년 2월에 캠코더를 구입했어요. 일본 신칸센을 타고 다니며 나가사키 소극장의 감독을 만나고, 대만 감독들을 만나 극장 현실을 인터뷰했어요. 또 부산영화제를 찾은 세계적인 거장들도 인터뷰했죠. 올 12월 보충 촬영을 한 후 내년 초에 다큐멘터리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일본은 미니 시어터마다 고유의 특색 있는 작품으로 고정 관객을 보유하고 있어요. 그 덕분에 코로나19가 심각할 때에도 70~80%의 관객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죠. 극장을 찾는 관객 수가 4분의 1 토막이 난 한국 상황과는 많이 달랐어요.”

김동호 위원장은 사라져가는 지역 소극장을 위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올해 <파묘>, <범죄도시4>, 두 편이 천만 관객을 동원했어요. 평소 1억2000만 명의 반 수준인 6000만 명이 상반기에 극장을 찾았습니다. <베테랑2>가 720만, <파일럿>이 470만 관객을 넘겼지만, 다른 영화들의 관객 동원율이 저조해 하반기도 6000만 명을 넘기가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경우를 보면 영화가 좋으면 극장에 관객은 옵니다. 다양하고 좋은 영화가 많이 나와야 합니다.” 최근 한국 영화 시장에 대한 분석도 덧붙인다.

김동호 위원장은 4월 창설된 호치민영화제와 말레이시아 영화제의 명예 회장도 맡고 있다. 다낭아시아영화제, 하노이영화제, 인도네시아영화제 등 여전히 아시아 영화 발전을 위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김동호 위원장은 얼마전 자서전 <김동호의 문화노트>(글마당앤아이디얼북스 출판), <김동호와 부산국제영화제>(글마당앤아이디얼북스 출판)를 출간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찾는 세계 유수 영화인들은 김동호 위원장을 ‘MR. KIM’으로 부르며, 그와 밤새도록 나누었던 술자리와 우정을 추억한다. 특유의 친밀함과 열정으로 30년을 공직에서, 36년을 영화인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해온 김동호 위원장은 앞으로도 해외 영화제 자문과 국내에서 요구하는 필요한 자리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김동호 위원장을 보니 넘치는 유머와 철저한 자기 관리로 에이지 슈팅을 수시로 기록했던, 아널드 파머, 잭 니클라우스와 함께 한 세대를 누렸던 남아공의 위대한 골퍼 게리 플레이어가 오버랩되었다. “The harder you work, the luckier you get(열심히 노력하는 만큼 행운의 기회가 많아진다).” 게리 플레이어의 말이다.

사진설명

이지희┃현재 국가유산디지털보존협회 부회장. 기획자, 프로듀서, 마케터 등으로 문화예술계 다방면에서 일했다. 베스트 스코어 2 오버 기록을 가진 골프 마니아로 골프와 사랑에 빠진 예술인들의 활동과 에피소드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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