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롯데렌탈 매각 무산이 씁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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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피니티, 롯데렌탈 딜 공정위 불승인에 끝내 무산
공정위, 기업결합 촉진한다며 시정방안 제출제도 도입
"OK 사인 받고도 뒤집힌 결정…제도 신뢰 흔들" 비판
"투자 전제는 예측 가능성…보완책 머리 맞대야"

  • 등록 2026-06-16 오후 10:19:03

    수정 2026-06-16 오후 10:19:03

이 기사는 2026년06월16일 20시18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송승현 기자] 롯데그룹이 롯데렌탈 새 원매자 찾기에 나섰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가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불허 결정 이후 결국 인수를 포기하면서다. 롯데 측은 대형 사모펀드(PEF)를 중심으로 접촉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법조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단순히 '딜 하나가 무산됐다'는 것 이상의 뒷말이 무성하다. 이번 사태를 두고 공정위가 도입한 제도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린 사례로 지적하고 있다.

사안의 핵심에는 2024년 8월 시행된 '기업결합 시정방안 제출제도'가 있다. 경쟁제한 우려가 있는 기업결합에서 기업이 먼저 자구책을 제시하면, 공정위가 이를 토대로 조건부 승인을 검토하는 방식이다. 공정위는 제도 도입 당시 "인수합병(M&A) 불확실성을 줄이고 기업의 방어권을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심사 관행에 맞추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2025년에는 실제 반도체 소프트웨어 기업인 시높시스·앤시스 결합(자산 매각 조건), OTT 티빙·웨이브 임원겸임 건(요금 동결 조건)이 이 제도를 거쳐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제도가 취지대로 작동하는 듯 보였다.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는 걸 인지한 어피니티도 같은 트랙을 밟았다. 2024년 SK렌터카를 인수한 데 이어 롯데렌탈 지분 63.5%를 약 1조6000억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했고, 공정위 심사관과 SK렌터카 매각을 포함한 시정방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방안이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는 취지의 공문까지도 받았다. 쉽게 말해 'OK 사인'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공정위 전원회의는 올 1월 기업결합 금지를 의결했다. 사모펀드가 렌터카 1·2위를 동시에 쥔 뒤 고가 매각을 위해 시장을 왜곡할 우려가 있고, 행태적 조치의 실효성도 낮다는 이유에서였다.

업계가 주목하는 건 결론이 아니라 과정이다. 실무 단계에서 공정위와 시정방안을 충실히 협의하고 공문까지 받았는데도 전원회의에서 뒤집혔다는 사실이 남긴 파장이 적지 않다. IB 업계에서는 "앞으로 시정방안 제출제도 트랙을 굳이 밟아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실무 협의 결과가 전원회의에서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을 들여 공정위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유인 자체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전직 공정위 관계자는 "좋게 말하면 심사와 의결의 독립성이 보장됐다고 볼 측면도 있겠으나, 제도 도입 취지를 생각하면 이번 결정으로 불확실성이 더 가중돼 이번 사례로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남게 된 것은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더 나아가 대형 M&A를 검토하는 PEF와 전략적 투자자(SI) 모두 공정위 심사의 예측 가능성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 나쁜 시나리오도 있다. 이 제도를 활용하지 않더라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기업들은 처음부터 시정방안 협의 자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있다. 공정위가 "함께 해법을 찾자"며 설계한 제도가 아무도 쓰지 않는 창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근본적으로 이번 사태는 공정위 정책의 불확실성을 가중했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은 투자 결정의 전제 조건이다. 심사 결과를 가늠할 수 없는 환경에서 대형 딜을 추진할 투자자는 많지 않다. 이번 사태가 단순히 롯데렌탈 한 건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M&A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롯데렌탈 건을 계기로 공정위는 업계와 소통해 기업결합 시정방안 제출제도의 어떤 부분이 보완이 돼야 하는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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