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공정 효율화처럼 수조 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정책부터 LED 교체같은 소규모 정책까지 '에너지 효율'이라는 이름이 붙은 사업은 '성과 측정 및 검증(M&V)' 과정을 거치게 돼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사업 효율성을 면밀히 측정해야 정부 보조금 또는 민간 투자의 판단 근거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 M&V 체계는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 급등 속에 에너지 효율 사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정부와 민간의 관련 사업이 부실한 데이터에 기반해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경연)이 지난해 말 발표한 '에너지 효율 사업의 M&V 제도 고도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의 M&V 이행 수준은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에경연이 국내 ESCO 기업 90곳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 기업의 54.4%가 최근 5년간 에너지 효율화 사업에서 'M&V를 이행한 경험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M&V를 수행하는 ESCO란 에너지 사용자가 에너지 절약을 위해 시설을 교체하거나 보완할 때, 필요한 기술과 자금을 제공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에너지 절감액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전문기업을 가리킨다.
예컨대 공장을 운영하는 A씨가 에너지 효율이 높은 기기로 설비를 교체하려 한다고 가정해보자. 교체에 따른 비용 전부를 감당하기 부담스러운 A씨는 ESCO 기업 B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B사는 자기 자금과 정부의 저리 융자 등을 지원받아 공정 교체를 실시한다. 이때 해당 사업이 실제로 어느 정도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 실제 에너지가 절감된 것으로 나타나면 절감 비용 중 일부를 B사가 가져가면서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다. 삼성물산, 현대그린파워 등 대기업 계열사와 한국전력기술 등 에너지 공기업도 있지만 대다수가 영세한 중소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미국 등 선진국 ESCO 업계는 전문성을 갖춘 기업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한국은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에서는 객관적 검증 대신 단순 계산식에 의존하거나 검증 과정을 생략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추가 비용 발생 및 사업비 상승'이 M&V 활성화를 가로막는 최대 장애 요인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M&V 수행 경험이 많고 사업 비중이 높은 이른바 '선도 기업'일수록 비용 부담을 더욱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생산량 등 외부 요인을 반영한 '기준 에너지 사용량 보정'의 어려움이 주요 난관으로 지목됐다. 현장의 실측 데이터 수집이 어렵고, 이를 분석할 전문역량이 부족해 M&V의 신뢰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라는 것이다.
현장 기업들은 M&V 제도의 정착을 위해 정부의 강력한 유인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 기업들은 '계측장비 설치비 및 인건비 등 경제적 지원'과 '전문인력 양성 교육'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M&V 수행 시 입찰 가점을 부여하거나, 공공부문 발주 사업에서 M&V를 의무화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소진영 에경연 선임연구위원은 "M&V 수행이 기업의 비용 부담이 아닌 수익모델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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