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만의 비상 계엄으로 한국 사회가 혼란에 휩싸인 가운데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도 사회를 뒤집은 사건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12월 둘째 주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번주인공’들을 살펴봅니다.
“기생충들은 당해도 싸”...루이지 맨지오니
지난 4일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인 유나이티드헬스케어의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톰슨이 피살됐습니다. 용의자는 올해 26세인 루이지 맨지오니. 그는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명문 사립학교를 졸업하고, 아이비리그인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컴퓨터공학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그의 가족은 컨트리 클럽과 요양원 회사, 라디오 방송국 등을 소유하고, 사촌은 메릴랜드주 하원의원인 니노 맨지오니로 알려지면서 미국 사회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맨지오니는 닷새 간의 도주 끝에 현지 시각 9일 펜실베이니아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체포됐습니다. 체포 당시 맨지오니는 3D 프린터로 만든 권총과 자필로 적은 선언문 3장을 갖고 있었습니다. 선언문에는 건강보험 업계에 대해 “이 기생충들은 당해도 싸다”라고 비판한 문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또 총격 현장에서 발견된 탄피에는 방어하다(defend), 부인하다(deny) 같은 단어가 새겨져 있었다고 하죠. 이는 미국 민간 보험사들이 가입자들의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전략을 가리킨 것으로 보입니다.
현지에서는 맨지오니를 살인범이 아니라 영웅으로 추앙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경찰의 추적을 방해하기 위해 지명수배된 그의 복장과 똑같이 입고 다니자는 캠페인이 있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톰슨에 대한 위로가 아닌 조롱의 감정을 쏟아내는 글들도 많다고 합니다. 그가 붙잡힌 맥도날드 매장은 악성 리뷰와 별점 테러로 범벅이 됐고요. 미국 의료 체계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심상치 않습니다. 의정갈등이 해를 넘기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尹 탄핵 초읽기...찬성 의사 밝힌 與 의원 7인
14일 오후 5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탄핵안 가부의 열쇠를 쥔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탄핵에 공개 찬성한 여당 의원은 지난 7일 첫 표결에서 찬성 투표를 했던 안철수, 김예지 의원에 더해 조경태, 김상욱, 김재섭, 진종오, 한지아 의원 등 모두 7명입니다. 지난 12일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의원직을 상실했지만 곧바로 백선희 의원이 자리를 승계받으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방어선’은 여전히 1명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탄핵 찬성표를 예고한 의원들에 대한 위협은 위험 수위에 이르른 것으로 보입니다. 김상욱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동료 의원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것은 물론 살해 협박까지 받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지역구인 울산 남구갑 당협사무실에는 대규모 항의 집회 신고가 들어와 경찰에 안전 협조를 부탁하고 울산에 내려가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1차 탄핵소추안 표결에 동참했던 김예지 의원 또한 당원들의 항의를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김예지 의원은 “대응할 수 없을 만큼 안 좋은 문자와 음성 메시지들이 많았다”면서도 “국회의원으로서의 책무를 먼저 생각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표결에 참여하겠다는 여당 의원은 20여 명으로 추산됩니다. 이들은 탄핵 찬반을 놓고 막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찬성’으로 마음을 정한 의원이 더 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당내 이탈표도 이미 가결 요건인 8명을 넘어섰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의 지난 12일 담화로 표결에 참여하는 의원들이 부담을 상당히 덜었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