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뛰어도 지갑 연 미국 소비자…내수 탄력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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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식료품점 / AP 연합뉴스

미국의 한 식료품점 / AP 연합뉴스

미국의 5월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크게 늘었다. 소비 수요가 고유가 부담을 넘어섰다는 의미다. 인플레이션과 차입비용 부담 속에서도 미국 내수 시장의 회복력이 강하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1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인구조사국은 지난 5월 소매판매액이 전월 대비 0.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컨센서스 0.6%를 0.3%포인트 웃돌았다. 지난 4월 증가율은 수정치 기준 0.4%였다. 해당 수치는 물가 변동을 반영하지 않은 명목 기준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소비자들이 지난달 휘발유 가격 상승에도 지출을 늘렸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이란 전쟁 영향으로 주유소 가격이 오르면서 평균 휘발유 가격이 거의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소비는 특정 품목에 그치지 않고 비교적 넓은 범위에서 증가했다.

주유소 매출은 3.4% 늘며 전체 소매 판매 증가율을 끌어올렸다. 주유소를 제외한 소매 판매도 0.7% 증가해 에너지 가격 효과를 뺀 소비 흐름 역시 견조했다. 13개 업종 가운데 11개 업종에서 매출이 늘었다. 자동차 판매는 1.2% 반등하며 거의 1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기업 현장에서도 수요 강세가 확인되고 있다. 타깃과 월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수년간 이어진 높은 물가에도 쇼핑객들의 소비가 예상보다 탄탄하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지표가 고물가 환경에서도 미국 가계 소비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카드 결제 자료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체이스, PNC파이낸셜서비스그룹의 카드 데이터는 지난달 지출이 계속 증가했음을 시사했다. 평년보다 큰 세금 환급과 주식시장 상승이 소비 여력을 뒷받침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한 백화점 / AFP 연합뉴스

미국의 한 백화점 / AFP 연합뉴스

경제 성장률 산정에 반영되는 이른바 통제그룹(핵심) 소매 판매는 0.7% 증가했다. 이 지표는 음식 서비스, 자동차 딜러, 건축자재점, 주유소를 제외해 기초 소비 흐름을 보는 데 활용된다.

한편 서비스 소비 일부에서는 약한 신호도 나왔다. 소매 판매 보고서에 포함된 유일한 서비스 부문인 음식점과 주점 지출은 4월 강한 증가 이후 5월 0.1% 감소했다. 이는 상품 소비가 개선되는 가운데 외식 등 일부 재량 소비에서는 조정 압력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소비 회복력이 모든 계층에서 균등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카드 데이터를 보면 고소득층은 더 빠른 속도로 지출을 늘리는 반면, 저소득 가계는 빠듯한 예산과 높은 차입비용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물가를 반영한 임금이 감소하고 저축률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비자들이 지출을 유지할 여력이 줄어들 수 있음을 시사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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