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명문화해 모든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보호한다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이번 상법 개정안은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장기적인 기업 성장과 경제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어 부작용이 예상된다.
이사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주주의 이익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은 주주뿐만 아니라 직원, 고객, 협력사,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연결돼 있다. 근로자 임금을 올려주거나 사회공헌 활동으로 지역사회에 장학금을 기탁하는 것은 주주의 이익과 충돌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주주 사이에서도 모든 주주의 이해관계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주주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이다. 대주주, 기관투자가, 소액주주 간에는 서로 다른 이익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장하는 주주는 전체 주주의 이해관계를 살피기보다는 자신이 속한 특정 주주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단기 차익을 노리는 행동주의 펀드는 단기적인 기업 가치 상승을 목표로 하지만 장기적 성장에 투자하는 연기금이나 장기 투자자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만약 이사가 특정 주주의 요구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면 다른 주주의 이익 또는 생각과 충돌하는 상황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다.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사회 구성원 및 주주 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기업경영의 의사결정을 더 복잡하게 만들 우려가 크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중소기업은 의사결정이 지연되면 시장 변화에 따른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할 수 있다.
기업 경영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을 동반한다. 코스닥 상장사는 혁신적인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들로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생존하려면 많은 투자와 경영진의 고도의 전문적 경영 판단이 필요하다.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충실의무가 확대되면 이사의 모든 의사결정이 모든 주주의 이익을 기준으로 평가받게 된다. 모든 주주의 이익에 위배되는지도 심판받는다. 이는 경영진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보수적인 경영을 하도록 만들 수 있다. 소송 위험이 커지면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경영 전략은 점점 더 줄어들고, 미래를 위한 사업 재편과 신사업 투자 의사결정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혁신은 멀어지고 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헌법이 표방하는 사회적 시장경제 질서 아래에서는 원칙적으로 기업이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회사의 발전을 통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