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3.25%에서 연 3.00%로 0.2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지난 달 3년 2개월 만에 금리를 내리며 통화정책을 전환한 지 한달 만이다. 한은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관련기사 A3면
트럼프 시대를 앞두고 수출기업들이 실적악화 뿐만 아니라 유동성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번 금통위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시각이 우세했다. 2개월 연속 인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번도 없었던 경기 대응책인데다, 지난 달 금융통화위원 6명 중 5명이 향후 3개월 간 금리동결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회의 직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 선거에서 (공화당이 행정부와 상·하원을 장악한) 레드 스윕이라는 새로운 뉴스가 들어온 만큼 포워드 가이던스(3개월 통화정책 전망) 변화가 불가피했다”며 “과거와 같은 패턴으로 한은이 결정을 한다는 생각은 바꿔달라”고 말했다. 현 경제상황이 비상 국면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한은의 위기의식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조정에 반영됐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2%로, 내년은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2026년 성장률은 1.8%를 제시했다.
이 총재는 “3분기 수출 물량이 크게 줄었는데, 일시적인 요인보다는 경쟁 심화 등 구조적 요인이 크다고 판단했다”며 “수출 불확실성과 성장 전망 조정은 새로운 정보이고, 굉장히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수출 외에도 양극화, 소비둔화 등 여러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가계 소득은 전년동기대비 4.4% 늘었지만 소비는 3.5% 증가에 그쳤다. 가처분소득에서 주거비, 식료품비 등에 쓴 소비지출 비중은 69.4%로 2022년 4분기 69.1% 이후 7개 분기 만에 60%대에 재진입했다. 경기 불안에 국민들이 버는 것보다 덜 썼다는 뜻이다.
건설, 도소매업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소득격차는 더 확대됐다. 소득하위 20% 대비 상위 20%가 얼마나 더 버는지 나타내는 5분위배율은 3분기에 5.69배를 기록해 지난 해 3분기 5.55배 보다 악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