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잇단 긴급회의 열어
당국, 자본규제 완화 검토나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주요 금융지주들은 긴급 회의를 잇따라 개최하고 향후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에 대비하고 필요시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 각 금융지주들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및 해제가 이뤄진 지난 4일부터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융그룹 내 유동성 비율도 점검하는 등 날마다 상황점검회의를 하고 있다.
15일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은 지주 경영진과 비상대책회의를 진행했다. 전날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면서 대통령 직무정지에 따른 향후 시장 불확실성이 더 커지자 지주에서 현재 추진 중인 사업 및 전략 방향 등을 재점검했다.
KB금융은 그룹 내 전 계열사의 유동성 비율을 살펴보니 안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성 공급자 역할을 하겠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또 경제 동력이 약화되고 기업 투자 심리도 위축되면 그 피해가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로 옮겨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금융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나금융그룹도 함영주 회장 주재로 이승열 하나은행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모여 탄핵안 가결에 따른 그룹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이 회의에서 영업 및 고객 관리 방안과 함께 각종 위험 요소들이 발생할 때 적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리스크 요소들을 점검해나가기로 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전날 오후 5시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자 한 시간 후 곧바로 진옥동 회장이 그룹위기관리위원회를 소집했다. 이 회의는 계엄령 해제일(12월 4일)과 탄핵안 부결일(12월 7일) 이후 세 번째 열렸다.
회의에선 탄핵 정국 후 해외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사안에 대해 그룹 유관부서 간 긴밀히 소통해 대응하기로 했다. 참석자들은 현시점에서 자금의 해외 이탈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고 안정적인 대외신인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대내외 기류 변화를 유심히 관찰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환율이 현재 수준을 상회해도 그룹의 재무안정성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봤다.
우리금융그룹은 16일 오전 임종룡 회장 주재로 회의를 연다. 고객 혼란 최소화 방안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최근 매일 오후 4시 기준으로 작성되는 금융시장 동향 보고서와 외화 유동성 비율 등을 바탕으로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달러당 원화값 하락으로 은행권이 자본비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자 이달 말 도입할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완충 자본을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트레스 완충 자본은 은행별로 금리·환율 등이 급격하게 상승해도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자본을 더 적립하도록 하는 제도다. 테스트 결과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 수준에 따라 최대 2.5%포인트까지 추가 자본 적립이 의무화된다.
당국은 지난 5월부터 1%로 상향 조정된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 수준의 완화도 검토하고 있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이란 신용팽창기에 은행에 추가 자본을 0∼2.5%까지 적립하도록 하고, 신용경색 발생 시 자본적립 의무를 완화해 이를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채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