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녀’ 관례 깨고 수녀가 교황 관 앞에…절친의 마지막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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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과 오랜 우정을 나눈 고령의 수녀가 조문에 나섰다. 수녀는 고위 성직자만 접근할 수 있는 교황 관 앞에서 기도했다. 이례적인 장면은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계 아르헨티나인 수녀 지느비에브 쥬아닝그로스(81)는 지난 23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 앞에 다가가 조용히 기도했다.

쥬아닝그로스 수녀는 파란색 스카프와 남색 수도복을 입은 채 관을 둘러싼 붉은 띠 옆에 섰다. 수녀는 마지막 작별의 기도를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구역은 전통적으로 남성 성직자들에게만 허용돼 왔다. 그러나 아무도 수녀의 접근을 막지 않았다. 오히려 한 안내 요원이 수녀가 관 가까이 다가가도록 도왔다고 전해진다.

두 사람은 수십년이 넘게 우정을 이어온 사이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녀를 ‘앙팡 테리블(L’enfant terrible·말썽꾸러기 아이)’이라 부르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두 사람의 우정은 교황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이던 시절부터 시작됐다. 당시부터 이들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대와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 정권 시절의 상처를 공유했다.

​쥬아닝그로스 수녀는 국제수도회 ‘예수의 작은 자매회’ 소속으로, 56년 넘게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살아왔다. 특히 트랜스젠더 여성, 노숙인, 이동 노동자 등 소외된 이들을 위해 평생을 헌신해 왔다. 현재도 다른 수녀와 함께 카라반(캠핑카)에서 거주하며 지역 내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한편, 교황의 관이 성베드로 대성당으로 운구된 지 12시간도 채 되지 않아 조문객 1만9430명이 몰렸다고 현지 경찰은 밝혔다. 조문 인파가 급증하면서 바티칸 주변엔 도보·기마 순찰이 강화됐고, 일부 조문객을 대상으로 소지품 검사도 진행되고 있다.

김수연 기자 xunnio4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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