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아티스트들이 오케스트라와 함께 홍콩아트페스티벌 무대에 오르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그레이스 랭 홍콩아트페스티벌 프로그램 디렉터(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젊은 세대가 축제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콩아트페스티벌은 1973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아시아 대표 공연예술 축제다. 랭 디렉터는 1993년부터 33년째 축제에 오를 예술 작품을 선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내년 페스티벌에 오를 한국 아티스트를 찾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랭 디렉터는 어린 시절부터 한국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가장 큰 배경은 클래식 음악이었다.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연주를 들으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당시 세계 무대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인 아시아 연주자가 많지 않았던 만큼 그를 존경했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아트페스티벌에 참여한 이후 한국 작품을 꾸준히 홍콩 무대에 소개해 왔다. 1997년 홍콩아트페스티벌 무대에 판소리 명창 임진택을 초청한 게 출발점이다. 2006년에는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축제에 초대했다. 국내 극장에서 이 작품을 관람한 게 계기가 됐다. 정명훈, 조성진, 백건우, 선우예권, 노부스 콰르텟, 에스메 콰르텟과 같은 클래식 음악가를 비롯해 국립무용단, 국립극단, 극단 여행자 등 다양한 장르의 한국 예술가와 단체가 홍콩 무대에 올랐다.
올해 페스티벌에서는 임윤찬과 손민수, 노부스 콰르텟, 국립극단의 ‘빛의 제국’ 등이 소개됐다. 랭 디렉터는 특히 임윤찬을 두고 “화려하고 과시적인 유형이 아니라 음악에 아주 깊이 집중하는 연주자”라며 “요즘 많은 아티스트가 서로 비슷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임윤찬은 확실히 달랐다”고 말했다.
랭 디렉터가 이번 서울 방문에서 특히 염두에 둔 것은 젊은 세대다. 홍콩아트페스티벌은 1973년 시작된 유서 깊은 축제다. 충성도 높은 관객층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며 고령이나 이민으로 공연장을 찾기 어려워진 이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축제가 지속되려면 새로운 세대와 만나야 한다고 봤다. 그는 “홍콩의 젊은 세대, 그리고 축제 사무국의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K팝은 잘 알려져 있다”며 “젊은 세대가 기획 과정에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충분히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랭 디렉터는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는 기쁨’이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을 계속 움직이게 한다고 했다. 그는 홍콩 안에서도 아직 모르는 지역과 사람, 사라져가는 노래와 삶의 방식을 계속 발견한다고 말했다. 지난 페스티벌에서는 사라져가는 홍콩 어부들의 노래를 다룬 프로젝트도 선보였다.
랭 디렉터는 한국에서도 새로운 아티스트와 문화를 마주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찾는 것은 단지 현대적인 것만이 아니다”며 “삶이 곧 문화이고, 그 땅에 닿아 있는 문화를 계속 발견하는 일이 예술 프로젝트를 흥미롭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최한종 기자/사진=이솔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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