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동작 등 내림세 확산
동대문 아파트도 1억 하락
서울전체 보합전환 초읽기
전문가들 “조정 국면 확실”
부동산 대출 규제 강화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탄핵 정국까지 이어지면서 전국 아파트값이 더 내려가고 있다. 전국적인 내림세에도 견고한 오름세를 유지하던 서울에서조차 가격이 하락하는 지역이 속속 늘면서 아파트 매수세와 거래량이 주춤하고 있다.
12일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이번주(12월 9일 기준) 아파트값은 0.03% 떨어져 지난주 0.02% 하락한 것보다 더 큰 폭으로 내려갔다.
특히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지난주 강동구가 30주 만에 내림세를 보인 데 이어 이번엔 이를 포함한 다른 4개 구(동대문·은평·서대문·동작)도 가격 하락으로 전환했다. 동대문구는 30주, 서대문구는 37주, 은평구는 38주, 동작구는 40주 만에 돌아선 내림세다.
오름세를 보이던 중랑구와 성북구는 보합세로 바뀌었다. 2~3주 전까지만 해도 서울의 모든 구에서 가격 오름세가 이어졌지만 그사이 서울 7개 구가 하락이나 보합으로 돌아서고 말았다.
지난주 강동구에서 첫 내림세가 나타났을 때만 해도 이 지역 구축·비역세권 저가 급매물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였지만 1주 만에 상황이 달라진 구가 늘면서 가격 하락 지역 확산도 예고되고 있다. 이번주 서울 전체 아파트값 변동률은 0.02%로 여전히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지난주 0.04%의 반 토막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지난 4일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둔촌주공 재건축) 전용면적 109㎡(약 43평)는 27억3700만원(11층)에 거래되며 전달 거래된 28억4066만원(28층) 대비 3.64%(1억366만원) 하락했다.
실제로 지난 6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한신아파트 전용 84㎡는 직전 거래(8월)보다 13.2%(1억700만원) 하락한 7억800만원에 거래됐다.
강동구 성내동 성안마을청구아파트 전용 59㎡는 지난 5일 직전 거래(10월)보다 8.5%(7000만원) 떨어진 7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지난 4일엔 강동구 암사동 프라이어팰리스 전용 59㎡도 직전 거래(10월)보다 2.57% 내려간 11억3700만원에 거래됐다.
서울 상승 폭이 줄어든 가운데 경기도가 보합을 나타내고 인천이 낙폭을 키우면서 수도권 전체 상승률은 보합을 기록했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올해 5월 셋째주 이후 30주 만에 제자리걸음을 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조정 국면에 진입해 전반적인 내림세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권영선 신한은행 부동산 투자자문센터팀장은 “현재 거래량이 감소한 상태라 부동산 시장이 전체적인 내림세로 돌입했다고 단정 짓기는 이르다”면서도 “조정 국면에 들어선 것은 맞으며 향후 서울에서 내림세로 돌아서는 지역이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택 시장 전망도 어둡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지난달 18~27일 주택 사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2월 전국 주택사업 경기전망지수는 11월보다 13.3포인트 하락한 75.7을 기록했다. 경기전망지수가 기준선인 100 미만이면 시장을 비관적으로 보는 의견이 더 많다는 걸 뜻한다.
수도권은 전월 대비 20.1포인트 하락한 78.4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인천이 29포인트 급락한 64.7로 전국에서 최대 하락 폭을 보였으며 경기도는 77.5로 17포인트 떨어졌다. 서울은 93으로 14.3포인트 내려갔다. 서울의 전망지수가 100을 밑돈 건 지난 5월(93.1) 이후 7개월 만이다.
비수도권 역시 전반적으로 내림세였다. 광역시는 전월 대비 6.5포인트 하락한 82.6을 기록했다. 대전(13.5포인트)이 가장 크게 하락해 80.9로 집계됐다. 이어 부산(70.8) 6.1포인트, 울산(82.3) 5.2포인트, 광주(80) 4.2포인트, 대구(88.4) 3.6포인트 순으로 떨어졌다.
주산연 관계자는 “유례없이 강력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급등하던 수도권 집값은 내림세로 돌아설 것이 유력하다”며 “점차 어려워지는 내수 경기에 더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따른 수출 침체 우려 등이 겹치며 시장에 부정적인 전망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