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어려운 운동이다. 골프 룰을 정확히 적용하는 일은 더 어렵다. 그래서 골프대회에서는 룰과 관련한 논란이 종종 일어난다. 최근 끝난 국내 한 골프대회에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대회 마지막 날 3명의 선수가 연장전에 들어가려는 순간, 전날 벌어진 일로 한 명이 뒤늦게 2벌타를 받으며 공동 3위로 떨어진 것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허인회의 티샷이 7번 홀(파4)에서 오른쪽 OB 구역에 떨어진 것 같았다. 경기 진행을 담당하는 포어캐디와 동반 라운드를 한 다른 선수의 외국인 캐디, 중계진 오디오맨, 구역 경기위원 등 4명은 노란색 공이 아슬아슬하게 OB 구역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정작 선수 당사자와 캐디는 그 자리에 없었다.
애매할 때는 경기위원의 판정이 중요한 법. 그날은 위원 10여 명이 참가했다. 판정은 즉각 결정되지 않았다.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7, 8번홀을 담당하는 구역 위원과 카트를 타고 코스를 순회하는 위원, 경기위원장인 치프 레프리까지 그 자리에 모였다. 위원장은 일단 잠정구로 플레이하고 추후 영상을 확인하자는 결정을 내려 선수도 수긍했다. 공교롭게도 그 장면은 화면에 잡히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그날 위원장이 파로 인정했기에 아마추어에게나 통용되는 ‘멀리건’(골프에서 티샷을 실수했을 때 벌타 없이 다시 치는 것)을 준 셈이 돼버렸다.대회를 주관한 대한골프협회·아시안투어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포어캐디가 OB라고 판단했고 선수가 볼을 확인하러 오기 전에 OB로 볼이 통과한 경계선 옆 인바운즈에 깃발을 꽂은 후 볼을 집어 갤러리한테 전달했다.” 이에 따르면 모든 책임은 캐디에게 있다. 경기장의 포어캐디는 주로 골프장의 베테랑이 맡는다. 그리고 대회 중에는 절대 공을 줍지 못하게 교육받는다. 자의적 판단으로 공을 주웠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대회 주최사는 주관사의 미숙한 운영으로 큰 피해를 봤다. 그러나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은 7번홀을 담당했던 포어캐디가 아닐까. 현장에서 판정을 내려야 할 담당 경기위원이 머뭇거리는 바람에 골프장에서 가장 힘없는 사람이 모든 책임을 지게 됐다. 대회는 끝났지만 경위에 대한 진실이 정확히 밝혀지기 바란다. 억울한 희생양이 나와선 안 된다.
서두에 나온 상황의 답은 이렇다. 동반자나 캐디 혹은 갤러리 누군가가 공이 OB 구역에서 단 1초라도 정지한 장면을 봤다면 벌타를 받아야 한다. 공은 중력이나 바람, 경사 때문에 굴러 내려올 수 있지만 그 전에 이미 ‘플레이할 수 없는 공(Dead Ball)’이 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도 못 봤다면 ‘럭키샷’이라 생각하면 된다. 골프 룰은 잔인하게 느껴질 때가 많지만 골프는 자애로울 때도 많다.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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