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 취급액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반면 연체율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로 신용대출 문턱이 높아지며 기존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 차주들이 저축은행의 고금리 소액 대출로 몰린데다 상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차주들까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저축은행 79개사가 취급한 소액신용대출 취급액은 1조 4466억원으로 집계됐다. 2008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소액신용대출 취급액은 2015년 6월 말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다가 2017년 다시 하락했다. 그러다 2022년 9월 말 다시 1조원을 넘어서며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올해 1분기 취급액은 전년 동기(1조 2146억원)보다 19.10% 늘었다.
소액신용대출은 100만원~500만원 한도 내에서 담보 없이 당일 대출이 가능한 상품이다. 시중은행 대출이 어려운 중·저신용자, 저소득층, 사회초년생들을 위한 상품으로 출시됐다.
소액신용대출 잔액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가 강화되며 대출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6·27 대책을 통해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고, 올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을 1.5% 수준으로 설정했다. 금융회사들은 대출 총량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신용대출 심사를 강화했고 그 결과 기존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 차주들의 수요가 저축은행 소액대출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급전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취급액이 증가하는 중에도 연체율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소액신용대출 연체율은 2025년 3월 말 5.88%에서 같은 해 2분기 5.48%, 3분기 5.16%, 4분기 4.69%로 낮아졌고 올해 1분기에도 4.75%를 기록하며 1년 전보다 1%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통상 취약 차주를 대상으로 하는 대출은 취급 규모가 늘어나면 연체율도 함께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취급액 증가와 연체율 하락이 동시에 나타났다. 금융권에서는 기존에 상품을 이용하던 저신용 차주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상환 능력이 있는 차주들까지 급전 마련을 위해 저축은행 소액신용대출을 이용한 영향으로 보고 있다. 대출 수요가 늘었더라도 이용 차주의 신용도가 개선되며 전체 연체율이 낮아졌다는 해석이다.
일반 신용대출보다 규제 영향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수요가 늘어난 배경이다. 300만원 이하 신용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연소득 1배로 제한되는 신용대출 한도 역시 연소득 3500만원 이하 차주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대출 규제가 강화된 후 상대적으로 이용이 쉬운 소액대출로 수요가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차주들이 고금리 대출로 몰리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저축은행이 신규 취급한 소액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15.28%로 같은 기간 일반 신용대출(14.02%)보다 높다. 저축은행들이 취급 중인 소액 신용대출 상품 대다수는 금리 상단이 19.9%로 법정 최고금리(20%) 수준이다.
일각에선 고신용자까지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저축은행 창구를 찾은 것에 대해 ‘상황이 심각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교적 신용도가 높은 차주가 급전이 필요해 고금리 대출까지 이용하는 상황이라면 이미 자금 사정이 상당이 악화된 경우일 수 있다”며 대출 심사 강화로 연체율을 꾸준히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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