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풀었는데'…4대 은행 中企대출 되레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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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가중치 조정해 대출 여력 늘었지만
4대銀, 4개월간 中企대출 7.3조 뒷걸음
기술금융잔액마저 3개월새 6조원 감소
은행 "환율 리스크 탓…규제 더 풀어야"

  • 등록 2025-04-14 오후 4:56:23

    수정 2025-04-14 오후 4:56:23

[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고환율 국면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위험가중치를 조정해주며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당부했지만 주요 은행은 중소·기술기업 대출을 오히려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가중치 조정으로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0.1~0.2%포인트 올라 대출을 내줄 여력이 생겼음에도 기업 자금공급에 소극적이었다. 은행은 당국의 조치 이후 원·달러 환율 상승을 고려할 때 오히려 추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은행권은 글로벌 부문·장외파생상품 위험가중치 하향 조정 등의 추가 건의사항을 은행연합회를 통해 당국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기업·부산은행은 기술신용대출 늘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지난 9일 기준 총 539조 7704억원으로 지난해 11월 말(547조 327억원)에 비해 7조 2623억원 감소했다. 4대 은행의 중기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중 5조원 이상 급감한 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의 3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의 기업대출잔액은 1324조 3000억원으로 한 달 새 2조 1000억원 감소했는데 이중 중소기업 대출 감소폭(1조 4000억원)이 특히 컸다. 3월 기준으로 은행권 기업대출잔액이 감소한 것을 2005년 3월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4대 은행은 성장 잠재력을 가진 기술기업에 대한 신용공급도 줄였다. 은행연합회 기술금융 종합상황판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4대 은행의 기술신용대출잔액은 136조 4704억원으로 지난해 11월(142조 4296억원)에 비해 5조 9592억원 감소했다. 국책·지방은행을 포함한 은행권 전체 기술신용대출의 감소폭(305조 9465억→302조 6185억, 3조 3280억원 감소)을 웃돌았다. 같은 기간 IBK기업은행은 기술금융을 114조 8699억원에서 117조 5995억원으로 3조원 가까이 늘렸다. BNK부산은행도 7조 9783억원에서 8조 633억원으로 기술신용대출을 더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은행이 당국의 규제 완화로 늘어난 재무여력을 중기 대출 등에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융위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금융안정·실물경제 지원 역량 강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 취지에도 어긋난다. 당시 금융위는 “확충된 금융사의 재무여력이 국내기업 등 실물경제 지원에 충실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자본비율 방어 조치를 마련했다. 해외법인 출자금 등 비거래적 성격의 외환 포지션 등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위험가중자산 산출에서 제외토록 한 것이다. 실제 당국 조치로 금융지주의 자본비율이 0.1~0.2%포인트 올라갔지만 은행은 중소·기술기업 대출을 오히려 더 줄였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은행권 “고환율·美 관세 정책 등 리스크 관리 탓”

은행은 그 사이 더 높아진 환율 때문에 리스크 관리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한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연말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때의 환율 예상치보다 100원 이상 환율이 올랐다”며 “중소·기술기업 신규 대출을 늘리려면 금리를 낮추거나 혜택을 제공해야 하는데 적극적으로 영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분기 기업대출 자산을 연간 증가량의 10% 정도만 늘리기로 계획했고 지금은 환율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임원은 “트럼프 관세정책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도 있어서 중소기업이 굳이 1분기에 대출을 받으려고 하지 않는 분위기다”며 “은행이 임대업, 건설업 대출을 줄이는 등 포트폴리오를 조정한 것 또한 대출잔액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다수 시중은행은 1분기 중소기업 대출 증가 목표치를 채우지 못했다.

은행은 핵심성과지표(KPI) 개선 등을 통해 잠재력 있는 중소·기술기업 대출을 늘리려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자동차, 반도체, AI를 비롯해 생산적 부문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기업대출 금리도 우대하면서 포트폴리오를 늘리고 있다”며 “기술금융은 직원에게 성과 실적도 더 많이 주는 등 적극적으로 취급하려 한다”고 했다.

은행연합회 통해 당국에 추가 규제 완화 건의

은행은 은행연합회를 통해 금융당국에 추가 규제 완화를 건의할 계획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RWA 조정뿐 아니라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완화 등 규제를 풀어줄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환율 변동성에 따른 부담이 글로벌 부문 RWA 규제를 유연화하면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 금융지원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 또한 “감독규정 세칙상 기업대출 익스포저에 대한 위험가중자산 적용 기준을 완화하고 오는 5월 부과 예정인 경기대응완충자본·하반기 이후 단계적 도입 예정인 스트레스완충자본 규제를 유예해주면 좋겠다”며 “현재의 비우호적인 경제환경에서 기업대출을 늘리려면 재무여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더욱 전향적으로 지원해줘야 기업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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