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권민규가 13일 롯데전에서 5회말 투구하고 있다. |
"야구에서 볼 빠른 것도 자랑거리가 됐지만, 그거 외에도 정교한 제구력이 필요하다."
김경문(67) 한화 이글스 감독은 1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5 신한 SOL Bank KBO 시범경기를 앞두고 위와 같이 말했다.
이는 문동주(22)가 뿌린 강속구에 대해 얘기하던 중 나온 말이다. 문동주는 지난 11일 열린 SSG 랜더스와 원정경기에서 최고 시속 159.7㎞의 패스트볼을 뿌렸다. 연습구부터 시속 158㎞의 빠른 공을 던지며 감탄을 자아냈다.
"(문동주의) 팔 스윙이 작년 좋을 때보다 더 좋더라"며 칭찬을 전한 김 감독은 그러면서도 "야구가 너무 공 빠른 쪽에 포커스를 맞이하면 고맙기는 하지만, 빠른 볼 외에도 제구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꺼낸 이름이 바로 권민규였다.
김 감독은 "(권)민규 같은 애들은 어린 친구가 볼이 빨라서 잘하는 게 아니지 않나"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구는 볼의 강약, 그리고 제구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전반적으로 구속만큼 제구력이 중요하다는 말이었지만, 권민규의 능력에 대해서도 높은 평가를 내린 것이다.
그리고 권민규는 이날 경기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 팀이 3-2로 앞서던 5회말 마운드에 올라온 그는 첫 타자 전민재를 상대로 구석구석 볼을 뿌렸고, 결국 6구째 몸쪽으로 휘어지는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이어 황성빈에게는 바깥쪽으로만 집중적으로 투구해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한화 권민규가 13일 롯데전에서 5회말 투구하고 있다. |
권민규는 ⅔이닝을 투구하면서 두 타자를 모두 삼진 처리했다. 평균 구속 143㎞, 최고 146㎞의 수치는 좌완투수치고는 느리지 않지만, 팀 내에는 150㎞ 중반대를 뿌리는 문동주나 김서현, 정우주 등이 있기에 상대적으로 낮아보일 수 있다. 하지만 권민규는 과감한 승부와 좋은 제구력으로 상대 타자들을 잘 처리했다.
석교초-세광중-세광고 출신으로 한화의 제2연고지이기도 한 청주 출신인 권민규는 2025년 KBO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2번으로 한화에 지명된 좌완 투수다. 키 189㎝ 몸무게 89㎏ 체격에서 나오는 높은 타점과 부드러운 투구폼에서 나오는 고교 통산 9이닝당 1.38볼넷의 제구력이 일품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권민규를 지켜본 양상문 한화 1군 투수코치는 스타뉴스에 "실제로 아마추어 때 제구가 좋다는 선수도 막상 프로 와서 보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권민규는 달랐다. 솔직히 (제구에 관해서는) 전혀 걱정되지 않을 정도다.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가 있다고 해도 문제가 없겠구나 싶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화의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권민규는 꾸준히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지난달 15일 열린 호주 대표팀과 연습경기에서는 2⅔이닝 5탈삼진 퍼펙트를 기록했다. 스프링캠프 4경기에 나온 그는 5⅔이닝 동안 한 점도 주지 않으며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최고 시속 156㎞의 빠른 공을 던지는 입단 동기 정우주는 "(권)민규는 야구를 잘할 성격이다. 못할 때가 있더라도 언제든지 (반등해) 잘할 것 같다. 민규에게는 '왜 이렇게 잘하냐'고 물어봤는데 워낙 겸손한 애라 '자기도 모른다'고 하더라. 대신 많은 고민을 들어줬다"고 말했다.
한화 권민규가 13일 롯데전에서 5회말 투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