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가석방 심사관...’
교화 없이 출소하려는 범죄자
기상천외한 전략으로 막아내
디즈니플러스 ‘강남 비사이드’
악질 범죄조직 무력으로 소탕
비일반적 방식으로 악인 처단
형사사법체계 대한 불신 반영
젊은 변호사가 악덕 재벌의 전처를 찾아가 전 남편의 집사변호사인 자신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것을 요청한다. 변호사는 이후 재벌의 가석방 심사일에 출석해 그가 자신과 함께 명예훼손 사건에 연루된 것을 제시해 가석방을 막아낸다. 매수된 심사관들이 어떻게든 그를 출소시키려 하지만 변호사의 빈틈없는 논리에 결국 굴복한다.
돈과 권력, 백으로 처벌을 피하는 범죄자들을 일반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처단하는 드라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18일 시작한 tvN 월화 드라마 ‘가석방 심사관 이한신’은 재소자들의 가석방을 심사하는 가석방 심사관 이한신(고수)이 죗값을 치르지 않고 사회로 나가려는 범죄자들을 막는 이야기를 다룬다.
“가석방은 재소자들이 형기 만료 전에 출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래서 가석방 심사관을 최후의 판사라고도 하죠. 최후의 판사답게 잘 판단하겠습니다.”
교도관이던 이한신은 교화되지 않은 범죄자가 뒷배를 이용해 가석방되는 모습을 본 뒤 교도관을 그만두고 가석방 심사관(변호사)이 된다. 이후 탁월한 임기응변과 법 지식, 기상천외한 전략을 사용해 악덕 재벌 지동만(송영창)이 형기를 채우기 전 사회로 나가는 것을 막는다.
‘가석방 심사관 이한신’은 빠른 전개와 권선징악적 서사로 시청자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 범죄자와 더불어 그들에게 포섭된 시민단체, 법조인, 언론의 악행이 혈압 오르게 하지만 이한신과 정의로운 경찰 안서윤(권유리), 밉지 않은 사채업자 최화란(백지원)의 활약이 그들을 좌절시키며 시청자의 막힌 속을 뚫어준다.
‘가석방 심사관’은 6%(닐슨코리아)가 넘는 시청률로 월화 드라마 1위를 찍었으며, 넷플릭스에서는 한국 TV 부문 1위에 올랐다.
지난달 27일 전 회차가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강남 비사이드’는 주인공들이 아예 제도권 밖의 방법으로 악인들을 소탕한다. 서울 강남의 유흥가에서 활동하는 포주 윤길호(지창욱)는 마약과 납치, 살인을 일삼으며 자신의 동료 김재희(김형서)를 위협하는 범죄 조직 ‘강남무역’을 무력으로 처단한다. 엘리트 경찰 강동우(조우진)는 딸의 부탁으로 강남무역을 수사하다가 이내 옷을 벗고 야생의 방식으로 범죄자 소탕에 나선다.
‘강남 비사이드’의 인물들이 제도권 안에서 악인과 싸우지 않는 것은 극중의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강동우의 경찰 동료들은 다수가 범죄 조직과 긴밀히 유착돼있고, 지방대 출신 검사 민서진(하윤경)은 부패한 검사장 탁주일(정만식)의 비리를 조직 내에서 막으려 하지만 번번이 좌절한다.
‘강남 비사이드’는 액션에 집중한 작품이다. 야구방망이, 칼, 총 등 여러 무기가 등장하고, 일 대 일 격투부터 부터 수십 대 일의 난전까지 다양한 형태의 격투 장면이 펼쳐진다.
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강남 비사이드’는 디즈니플러스 TV쇼 부문 전세계 1위를 기록했다. 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4개국에서 1위, 그리스, 몰타, 터키에서는 10위 안에 들었다.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악인을 단죄하는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것은 형사사법체계에 불신을 가진 대중의 감정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정상적 방식으로는 정의가 구현되지 않으니 드라마에서라도 비현실적 수단으로 악을 처단하는 이야기를 보고 싶어하는 것이다.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법원, 검찰, 경찰에 대한 국민의 공정성 인식은 2021년 각각 58.2%, 54.9%, 58,5%에서 2023년 49.1%, 46.9%, 52.7%로 급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