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멋대로 휘두르면 몰락”…리더의 역할이 왜 중요한지 보여준 사람들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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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 당시 유명했던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위기 대응 부족으로 대중의 신뢰를 잃고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전락했다.

반면 프랭클린 D 루스벨트는 긍정적인 리더십과 뉴딜 정책을 통해 미국을 재건하며 신화적 인물로 남게 되었다.

이 책은 다양한 리더십 유형을 분석하고 현재 한국에서 필요한 통합의 리더에 대한 고민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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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리더란 무엇인가 / 모식 템킨 지음
왕수민 옮김 / 어크로스 펴냄

1945년 2월 크림반도에서 열린 얄타회담에 참석한 윈스턴 처칠,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이오시프 스탈린(왼쪽부터). [사진 = 미국 의회도서관]

1945년 2월 크림반도에서 열린 얄타회담에 참석한 윈스턴 처칠,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이오시프 스탈린(왼쪽부터). [사진 = 미국 의회도서관]

대공황이 미국을 강타했을 당시 미국 대통령은 공화당의 허버트 후버였다. 1929년 대통령직에 올랐을 때만 해도 그는 발군의 실력을 지닌 공학자에 경제 지식도 풍부한 경영자로 명망이 높았다. 공직에 선출된 이력이 전무한데도 대선에서 손쉽게 승리를 거뒀다. 그런데 후버만큼 극적으로 대중의 신망을 잃은 사람은 미국 대통령사에 드물다. 백악관 입성 당시만 해도 널리 존경받았던 그가 단 몇 년 새 국민의 신망을 완전히 잃고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전락한 까닭은 무엇일까.

후버는 1932년 대선에서 미국 선거 역사상 가장 큰 표 차를 기록하며 프랭클린 D 루스벨트에게 패했다. 공화당은 그 후 20년 동안 정권을 손에 넣지 못했다. 당시 미국인들은 대공황을 ‘후버 공황’이라고 불렀다. 판자촌에서 살았던 이들은 자기들 동네를 ‘후버빌’이라고 부르는가 하면 플래카드를 내걸고 행인들에게 “힘든 시절이 ‘후버’하고 있으니(hoovering) 좀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후버가 대공황을 일으킨 것도 아닌데,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하버드케네디스쿨에서 리더십 강연을 했던 역사학자 모식 템킨은 신간 ‘다시, 리더란 무엇인가’(원제 Warriors, Rebels and Saints)에서 후버의 실패를 융통성과 카리스마가 없고 정치적 기술과 공감 능력이 부족한 데다 위기에 실질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반면 상류층 출신 한량으로 하찮게 치부됐던 루스벨트는 12년 재임 기간에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큰 위기를 돌파하며 미국 대통령사에 길이 남을 신화적 인물로 기록됐다. 미국인들이 대선에서 매번 그에게 표를 던지는 바람에 그가 죽고 나서 누구도 두 번 다시 대통령을 그렇게 오래 역임하지 못하게끔 미국 역사상 최초로 임기 제한 규정까지 두게 한 인물이 루스벨트다.

그의 뉴딜 정책은 대규모 공공투자를 하고 미국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취임 100일 만에 뉴딜을 비롯한 법안 76건을 통과시킬 만큼 엄청난 추진력을 발휘했다. 실질적으로 대공황에 마침표를 찍게 한 것은 뉴딜 정책이 아니라 2차 세계대전 참전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뉴딜 정책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넣고 사기와 자긍심, 사회적 유대를 제공했다. 한마디로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후버는 “저 모퉁이만 돌면 번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는 맥 빠지는 말로 비웃음을 샀지만, 루스벨트는 “우리가 두려워할 건 두려움 그 자체 말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라는 말로 감격을 선사했다.

다시, 리더란 무엇인가

다시, 리더란 무엇인가

요즘의 현실 정치에서도 거론되는 것이 리더십의 고전인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다. 마키아벨리는 리더를 향해 “사랑받기보다 두려운 존재로 여겨지는 편이 더 낫다”고 주장한다. 사랑에서 비롯되는 충성은 변덕스러운 인간 본성상 일시적이지만 형벌에 대한 두려움은 변치 않는 충성을 보장하니 통치자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바로 ‘공포’와 ‘두려움’이라는 것이다. 다만 과도한 권력도 경계했다. 군주가 제멋대로 굴거나 지나치게 잔혹한 형벌을 내리면 대중의 공분을 사고 이를 빌미로 피지배 계층이 복수하려고 달려들면 몰락의 길을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학자 리처드 새뮤얼스는 저서 ‘마키아벨리의 아이들’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깊이 파고든다. 권력을 차지한 리더들은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제약을 맞닥뜨렸을 때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역량 있는 리더라면 이른바 ‘제약의 테두리를 늘릴’ 줄 안다. 즉 사회적 역할, 문화적 영향력, 경제체제, 사고 패러다임 같은 구조적 요인의 틀을 완전히 깨지는 않으면서 힘을 가하고 적절히 조정해 충분히 실질적인 변화를 이뤄낼 줄 안다. 대표적인 리더가 윈스턴 처칠과 마거릿 대처, 마오쩌둥, 마하트마 간디다.

이 중 ‘철의 여인’ 대처는 지금 이 세상의 질서를 만든 ‘확신형 정치인’이다. 수많은 적을 만들고도 그걸 자랑스러워한 지도자다. 실제 영국인들은 대처를 숭배하거나 질색하거나 둘 중 하나다. 2013년 그가 타계했을 때 영화감독 켄 로치는 대처의 국장을 민간 단체에 맡기자며 “그것이야말로 대처가 원하는 바”일 거라고 비판했다.

공공서비스 민영화와 강성 노조 무력화, 규제 혁파 등 그는 혁신과 변화에 열의를 다한 지도자였다. 그가 확산시킨 신자유주의 세계관에 따르면 부유층은 ‘일자리 창출자’이며 이들의 부(富)가 이른바 ‘낙수 효과’를 통해 대중에게 혜택을 준다. 1980년 10월 보수당 전당대회 당시 영국 경제는 침체에 빠졌고 실업률은 치솟았다. 이때 당원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돌아서고 싶으면 돌아서십시오. 그래도 저 철의 여인은 돌아서지 않습니다.”

이 책은 유부녀를 탐한 다윗왕부터 19세기의 여성 참정권론자들, 마틴 루서 킹, 맬컴 엑스 등 다양한 리더십 유형을 분석하고 현대적 의미를 탐색한다. 냉전의 소용돌이에서 발발한 한국전쟁을 서술하는 대목에서 “지금도 한반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나 다름없어서, 우크라이나를 제외하면 아마도 지구상에서 한반도만큼 핵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곳도 없을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도 내놓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는 누구일까. 대혼돈을 뚫고 대한민국을 하나로 뭉치게 할 통합의 리더는 어디에 있을까. 이 책이 작은 실마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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