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소위 금융법안 5건 중 가상자산 ‘0건’
김남근 ‘시장감시원’ 법안만 정무위 우선 회부
2단계법 지선 이후로…업계 불확실성 가중
국회 정무위원회가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 논의를 사실상 6·3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면서 업계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열린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안건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제외됐다. 이날 소위에는 행정규제기본법·신용정보보호법·서민금융지원법·보험업법·자본시장법 등 5건의 금융 관련 법안만 올라왔다.
사후규제영향평가 실시, 배드뱅크의 금융자산정보 일괄 수집·처리 근거 마련, 서민금융안정기금 설치, 보험사기 행정제재 청문절차 간소화, IPO 제도 개선 등이 주요 안건이었으나 가상자산 관련 법안은 단 한 건도 포함되지 않았다.
같은 날 정무위 전체회의에서는 김남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됐다.
이 개정안은 개별 사업자 중심이던 감시 체계를 통합해 독립 기구인 ‘가상자산시장감시원’을 설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장감시원은 원장 1인을 포함해 9인 이내 임원으로 구성되며, 이사회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채우도록 했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시장감시원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고, 이상거래 감시와 심리, 회원사에 대한 감리가 핵심 기능으로 설계됐다.
이에 대해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를 통해 이상거래 감시의 독립성 확보로 이해상충을 해소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다수의 거래소에서 발생하는 이상거래의 실시간 감시·대응에 한계가 생길 수 있다는 점, 법인 운영비가 결국 이용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점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2단계 법안 없이 감시 기구만 먼저 논의되는 것에 대해 “순서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2단계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가상자산사업자 분류와 업무범위 확정 등 시장의 근본 틀을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4월 중 국회 정무위 일정이 있긴 하지만 정치권에 따르면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논의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지연된 배경에는 지난달 5일 예정됐던 민주당 디지털자산 TF와 금융위 간 당정협의가 중동 정세 악화로 순연된 데다 이후 일정도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 있다.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의 발목을 잡고 있는 핵심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 주체를 누구로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은행 과반 지분(50%+1주) 컨소시엄에 우선 발행을 허용하는 방안이 현재로선 유력하다.
둘째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사후 지분제한’ 규제 도입 여부다. 국회, 업계, 학계 등 대다수가 반대하는 사후 지분제한에 대해 정부는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ATS) 소유 분산 규제를 준용해 대주주 개인은 최대 20%, 금융위의 승인을 받은 법인은 최대 34%까지 지분 보유 상한을 의무화하려고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무위 전체회의에서는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정부안 제출이 하염없이 지연되고 있는 데 대해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여야가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TF를 가동하고 정부안을 토대로 완성품을 만들고자 대기 중이나, 여당 내에서도 이견이 있는 대주주 사후 지분제한 등을 고집하며 정부가 발의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디지털 자산 기본법 논의 지연을 두고 금융위원회의 소극적인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발의가 사실상 6·3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관련 업계도 사업 로드맵 재조정에 들어갔다.
당초 올 상반기 내를 목표로 잡았던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 간 포괄적 주식교환 일정이 3개월 연기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입법이 지연되면서 투자 방향성을 정하기 어렵다”며 “상임위 구성을 마치고 3분기에 정무위가 새로 열려도 현안 파악에 시간이 걸리고, 이후 바로 국감 시즌”이라고 우려했다.
이란 전쟁과 거시경제 충격 여파로 가상자산 가격 조정과 거래량 감소가 이어지면서 거래소의 핵심 수익원인 수수료 수입도 줄어들고 있다.
두나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7089억원으로 전년 대비 27.9% 감소했다. 법안 지연에 시장 위축까지 겹치며 국내 가상자산 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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