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쌀값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수입산 쌀 판매가 활기를 띠고 있다.
16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그동안 자국산 쌀에 애착을 보였지만 급등한 쌀값 탓에 수입산 쌀에도 관심을 돌리고 있다.
이에 일본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이온은 오는 6월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산 쌀을 판매하기로 했다. 수입 때 1㎏당 341엔(약 3290원)의 관세를 물어도 일본산 쌀보다 10% 낮은 가격에 팔 수 있어서다. 고기덮밥 '규동' 체인으로 유명한 마쓰야를 거느린 마쓰야푸딩홀딩스는 이미 체인의 약 80%에서 미국산 쌀을 쓰고 있다.
수입 쌀 수요가 늘자 현지 무역상이나 도매상의 쌀 수입 확대 움직임도 활발하다. 종합상사인 가네마쓰는 애초 1만t으로 계획한 쌀 수입량을 2만t으로 늘려 미국산과 함께 대만, 베트남산 수입도 검토 중이다. 쌀 도매 유통사인 신메이는 7월까지 수입 예정인 약 2만t의 판매 예약이 이미 끝난 상태다.
이런 변화가 나타난 것은 소비자들의 의식 변화도 한몫했다.
일본생활협동조합연합회가 지난 3월 6342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에서는 쌀 구입 때 중시하는 요인으로 77.8%가 '국산'을 꼽았지만 33.1%는 '싼 가격'이라고 응답했다. '싼 가격'을 꼽은 응답률은 작년 10월 조사 때보다 1.8%포인트 높아졌다.
일본으로 들어오는 한국산 쌀도 연일 완판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NH농협무역의 일본 지사인 농협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이달 초 일본에서 수입한 전남 해남 브랜드 쌀 10t이 판매 개시 약 열흘 만에 완판됐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 3월 한국 쌀 2t을 수입해 지난달 온라인 쇼핑몰과 도쿄 내 코리아타운인 신오쿠보 슈퍼 등을 통해 팔았다.
한국의 대일 쌀 수출 규모로는 관련 통계가 있는 1990년 이후 35년 만의 최고치 경신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까지 NH농협무역은 22t의 수출을 조율했으나 일본 내 반응이 좋아지자 계획물량을 늘려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한국은 2011∼2013년, 2016년에 각각 쌀 10t 안팎을 일본에 수출했다.
한편 일본에서는 작년 하반기부터 쌀값이 고공행진을 벌여 정부가 올해 3월부터는 비축미까지 푸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좀처럼 가격이 안정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입찰 조건 완화 등 추가 대응책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