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선 사람이 죽으면 혼(魂)은 하늘로, 백(魄)은 땅으로 간다고 믿었다. 섬과 바다를 섬겼던 오세아니아 사람들에겐 죽음 이후 바다가 있었다. 죽은 자의 시신을 돌보던 사람의 머리카락과 새의 깃털, 얼굴이 새겨진 나무로 만든 가면을 쓰고서 바다 밑 영혼을 기렸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2에서 오세아니아 문화권을 다루는 특별전 ‘마나 모아나-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가 9월 14일까지 열린다. 비서구권 문화를 주로 소개하는 프랑스 케브랑리-자크시라크박물관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18~20세기 유물 171건과 현대 작가 작품 8점을 전시했다. 오세아니아권으로 잘 알려진 호주, 뉴질랜드를 넘어 폴리네시아, 멜라네시아 등 지역까지 폭넓게 다룬다.
전시에는 바다가 의례, 사냥, 외교의 공간이었던 삶에 얽힌 유물이 다채롭게 소개된다. 연옥으로 만든 목걸이 ‘헤이 티키’는 폴리네시아어로 ‘모든 존재에 깃든 신성한 힘’을 뜻하는 ‘마나’를 가져다준다고 여겨졌다. 고기잡이나 섬 사이 교류에 쓰이면서 ‘작은 우주를 품고 있는 임시 거처’로 여겨졌던 카누는 ‘경계 없는 거대한 바다’(모아나)의 면모를 잘 드러낸다. 코코넛 섬유와 박쥐 털로 만든 족장의 도끼, 바다 달팽이 껍데기와 거북 등딱지로 된 결혼식 머리 장식 등 이국적 재료로 만든 섬세한 장신구는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