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獨 최대 연극제 초청
양일 전석 매진에 좌석 추가
상반기 싱가포르·홍콩 이어
하반기 베이징·파리行 예정
국립극단이 독일 최대 국제 공연예술축제 ‘테아터 데어 벨트(Theater der Welt)’에서 초청공연을 전석 매진 속에 마치며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립극단은 올해 싱가포르, 홍콩, 독일에 이어 하반기 중국, 프랑스 무대까지 초청공연을 이어간다.
정세영 연출의 ‘당신이 날 볼 수 없다는 것만 빼면’은 현지시간 지난 2~3일 독일 켐니츠 오페라하우스 발레스튜디오에서 공연됐다. 켐니츠는 2025년 유럽 문화수도로 지정됐던 도시다. 양일 공연 모두 객석이 조기 매진돼 좌석을 추가로 설치했고, 공연이 끝난 뒤에는 5분여간 환호와 박수가 이어졌다.
테아터 데어 벨트는 국제극예술협회(ITI) 독일본부가 주관해 1981년부터 3년마다 독일의 다른 도시를 옮겨가며 열리는 축제로, 올해는 지난 6월 18일부터 7월 5일까지 켐니츠에서 개최됐다. 올해 프로그램에는 아르헨티나, 중국, 인도, 세네갈 등 9개국 출신 국제 큐레이터들이 전 세계에서 선정한 33개 작품이 초청됐으며, 국립극단 작품이 그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당신이 날 볼 수 없다는 것만 빼면’은 국립극단이 2024년 새로운 연극 언어 개발을 위해 도입한 연구개발 사업 ‘창작트랙 180°’에서 ‘소실점의 후퇴’라는 제목으로 첫선을 보인 프로젝트의 최종 완성본이다. 투명 인간과 유령이라는 소재로 전통적인 극장의 시점과 물리 법칙을 해체하고, ‘볼 수 없지만 보이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국립극단은 “축제 측의 ‘다양한 문화 소개’ 취지에 맞춰 한국어 내레이션을 그대로 유지하고 독일어·영어 자막을 제공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현지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공연 후 예술가와의 대화에서 한 관객은 “한국어 사운드의 의미를 모른 채 자막과 상황만으로 극을 파악하는 과정이 투명 인간이라는 소재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작품을 초청한 테아터 데어 벨트 큐레이터 장위안은 “정세영 연출의 작업은 시각 위주의 전통적인 극장에서 벗어나 우리가 생각해야 할 극장의 새로운 이면을 연구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며 “이것이 이 작품을 초청한 이유”라고 밝혔다.
상반기 아시아 무대에서도 성과가 이어졌다. 지난 5월 말 싱가포르국제예술축제(SIFA)에 공식 초청된 이혜영 주연의 ‘헤다 가블러’는 3회차 전 좌석이 조기 매진돼 3층 객석을 추가로 열었고, 현지 언론으로부터 “고전을 성공적으로 동시대화한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6월 말 홍콩국제셰익스피어축제(HKISF)에 초청된 ‘십이야’도 양일간 600여 명의 현지 관객이 관람하며 안정적인 연기 앙상블로 호평받았다.
하반기에도 해외 초청은 계속된다. 9월 초 베이징에서 열리는 한·중·일 연극 교류의 장인 베세토(BeSeTo) 연극제에 ‘태풍’이 공식 초청돼 무대에 오르고, 11월에는 프랑스 파리의 국립기메동양박물관에서 창작극 ‘삼매경’을 입체 낭독공연으로 선보인다. 박물관이 2026년을 ‘한국의 해’로 지정하며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으로 기획한 공연으로, 대규모 무대장치 대신 희곡의 텍스트와 배우의 언어 전달력에 집중해 유럽 관객에게 동양적 세계관을 담은 미학을 전할 계획이다.
박정희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취임 당시 약속드렸던 국내외 교류 활성화 비전이 올해 가시적인 해외 투어 성과로 나타나고 있어 감회가 새롭다”며 “앞으로도 국립극단이 세계 공연예술계의 중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글로벌 네트워크와 유통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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