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항암제 내성 전이암’ 표적 신물질 발견

16 hours ago 1

헬스케어 소식
연세대 의대 공동연구팀 개발
정상 세포 손상없이 암만 공격
기존 항암제 적응 암에도 효과

왼쪽부터 박기청 연세대 의과대학 외과학교실 교수, 임진홍 강남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최경화 분당차병원 교수.

왼쪽부터 박기청 연세대 의과대학 외과학교실 교수, 임진홍 강남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최경화 분당차병원 교수.
국내 바이오 기업 테라퓨틱스엔엠씨와 연세대 의대 공동 연구팀이 기존 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는 전이암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신물질을 개발했다. 정상 세포에는 영향을 거의 주지 않으면서 항암제 내성을 가진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기전을 확인해 차세대 항암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

박기청 연세대 의과대학 외과학교실 교수, 임진홍 강남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최경화 분당차병원 교수, 테라퓨틱스엔엠씨 공동 연구팀은 항암제 내성을 보이는 전이 암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신물질 ‘PPS03’을 개발하고 그 효과를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생체재료학’ 최신 호에 게재됐다.

암 치료의 큰 난제 중 하나는 항암제 내성이다. 초기 치료에 반응하던 암세포가 시간이 지나면서 약물에 적응해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현상이다. 특히 내성을 획득한 암세포는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아 환자의 생존율을 크게 낮춘다.

그동안 연구자들은 암세포를 사멸시키기 위해 활성산소종을 증가시키는 전략을 활용해 왔다. 활성산소종은 세포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로 일정 수준 이상 축적되면 세포를 죽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 세포에서도 생성되기 때문에 활성산소종을 무작정 증가시키면 정상 조직까지 손상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전이 암세포가 정상 세포와 다른 대사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전이암 세포에서는 주변 액체와 영양분을 대량으로 흡수하는 ‘거대음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연구 결과 PPS03은 이러한 거대음작용을 통해 전이 암세포 내부로 선택적으로 흡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상 세포에서는 PPS03이 거의 흡수되지 않았다. PPS03이 암세포 내부로 들어간 뒤 철 이온과 셀레노메티오닌 이온을 방출해 활성산소종을 급격히 증가시키고 결국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기전을 확인했다. 정상 세포는 PPS03을 흡수하지 않기 때문에 활성산소종 증가에 따른 손상을 피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효과를 기존 항암제인 시스플라틴에 내성을 보이는 간암 환자의 암세포 조직에서 확보한 전이 암세포를 이용해 검증했다. 실험 결과 PPS03은 기존 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는 암세포에서도 강력한 항암 효과를 나타냈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새로운 항암 물질을 개발한 데 그치지 않고 전이 암세포만이 가진 생물학적 특성을 이용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전이암 치료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약물 내성과 부작용을 동시에 해결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임 교수는 “PPS03은 기존 항암제에 내성을 가진 전이암에서 치료 효과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를 공격하지 않아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전이암 특이적 항암 효과를 확인한 PPS03은 현재 임상 연구를 준비 중”이라며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서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항암제 내성과 전이는 암 치료 성적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연구팀은 향후 임상시험을 통해 PPS03의 안전성과 치료 효과를 검증한 뒤 실제 환자 치료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기존 치료에 실패한 전이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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