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물자 마대가 거장의 캔버스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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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전시·공연 구호물자 마대가 거장의 캔버스가 되다 업데이트 : 2026.09.23 16:02 닫기 단색화 거장 하종현 회고전샌프란시스코 亞미술관서'접합' 초기작부터 신작까지60년 화업 아우른 50점 전시"신기하고 매혹적" 찬사 쇄도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에서 25일 개막하는 '하종현: 회고전' 전시장 전경. 왼쪽 벽면의 붉은색 회화는 작가가 올해 완성한 신작 'Conjunction 26-14'다.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 1970년대 미국 원조 식량이 담긴 채 한국으로 건너왔던 마대 자루. 당시 30대였던 청년 하종현은 캔버스 대신 이 거친 마대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뒷면에 유화 물감을 듬뿍 바르고 붓 대신 나무 주걱으로 밀어냈다. 성긴 천의 짜임을 뚫고 물감이 앞면으로 배어 나왔다. 그를 단색화 거장으로 만든 '접합' 연작은 이렇게 탄생했다. 구호물자로 온 마대가 반세기 만에 거장의 작품이 돼 미국 땅을 밟는다. 오는 25일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AAM)에서 '하종현: 회고전'이 열린다. 작가의 북미 첫 미술관 개인전이자, 백남준과 이우환 이후 미국 주요 미술관에서 열리는 한국 작가 대규모 회고전이다. 22일(현지시간) 열린 언론 공개회에서 그의 전시를 살펴봤다. 이번 회고전은 작가의 60여 년 작품 세계를 총망라한다. 하종현을 단색화라는 틀에 가두지 않고 끊임없이 기존 회화의 경계를 부순 미술가로 재조명한다. 20대에 청년 시절에 그린 초기작부터 91세가 된 올해 선보이는 신작을 포함해 50여 점이 걸린다. 전시의 입구를 장식하는 청년 하종현의 예술은 시대의 비극과 깊게 맞닿아 있다. 한국전쟁 후 황폐해진 현실 속에서 앵포르멜의 영향을 받은 그는 두꺼운 물감 표면을 불로 그을리는 등 재료와 행위를 과감하게 실험했다. 비상계엄령과 유신헌법 선포로 얼룩진 1970년대, 작가는 검열된 신문더미와 아무것도 인쇄되지 않은 백지를 같은 크기로 나란히 쌓아 올린 '대위'를 통해 언론 통제 상황을 고발했다. 작가의 시선은 가속화된 산업화와 도시 개발 현장으로도 확장된다. 그가 한국에서 최초로 시도한 기하추상 작업도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도시계획백서' 연작은 강렬한 색채와 반복적 패턴으로 변화하는 도시 경관의 역동성을 담았다. 재료를 끊임없이 탐구하던 그는 마침내 대표적인 '접합' 연작을 완성하게 된다. 그는 마대 뒷면에서 앞면으로 물감을 밀어 넣는 '배압법'을 고안했고, 이는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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