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욱 부상→서스펜디드 게임' 삼성의 악재 도미노, 'AGAIN 2013' 향해 갈길이 너무 멀다 [KS4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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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원태인이 26일 KIA와 KS 4차전에서 3회초 강판되며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믿었던 원태인(24)마저 무너졌다. 삼성 라이온즈가 적진에서 KIA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우승 들러리가 될 위기를 맞았다.

삼성은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PS)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4차전에서 2-9로 대패했다.

1,2차전 연패 후 데니 레예스의 눈부신 호투와 4홈런 대포쇼로 기적을 꿈꾸게 했지만 에이스 원태인을 앞세우고도 다시 패배를 내줬다. 원태인은 2⅓이닝 동안 6피안타 3사사구 2탈삼진 6실점을 기록, 3회도 채우지 못하고 강판됐고 결국 패전 투수가 됐다.

오는 2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로 향해 5차전을 치르는 삼성은 단 한 경기만 패해도 홈에서 성대한 우승 세리머니를 펼칠 주연 KIA의 뒤에서 초라한 조연이 된다.

다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박진만 감독은 일찌감치 5차전을 불펜 데이로 선언했다. 코너 시볼드가 견갑골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해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황에서 박 감독은 "확실한 선발은 원태인과 레예스뿐"이라고 규정할 정도로 삼성은 선발진의 무게감이 떨어진다. 그 상황에서 원태인이 나서는 경기에서도 대패를 거둬 우승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졌다.


삼성 구자욱(가운데)이 지난 15일 PO 2차전에서 도루를 성공시킨 뒤 무릎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가을야구 돌입 전부터 악재가 연이어 발생했다. 후반기 필승조로 활약한 최지광이 수술대에 오르며 시즌 아웃됐고 1선발급 활약을 펼친 코너도 결국 합류가 불발됐다. PO를 앞두고 치른 청백전에서 백정현이 타구에 맞고 손가락이 골절돼 추가 이탈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가장 치명적인 건 구자욱의 부상이다. PO 1차전에서 결정적인 스리런 홈런을 날렸고 2차전에서 0-1로 뒤진 1회말 2사에서 안타에 이어 도루까지 성공시켰고 르윈 디아즈의 2루타 때 동점 득점을 해냈다. 이후 타선이 폭발하며 삼성은 2연승을 챙겼다.

문제는 도루 과정에서 왼 무릎 내측 인대 손상을 입었고 이후 한국시리즈까지 6경기 내내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자국 이탈 후 4경기에서 5득점 빈타에 허덕이던 삼성은 3차전에서 홈런 4방을 터뜨리며 살아나는 듯 했지만 이날 다시 답답한 공격 흐름을 보였다.

또 하나의 악재는 한국시리즈 1차전이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된 것이었다. 원태인이 66구만 던지며 5이닝을 완벽히 막아냈다. 7,8이닝까지도 충분히 던질 수 있는 상황에서 6회말 김헌곤의 선제 홈런이 터졌고 무사 1,2루 기회를 살려가며 추가점을 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사상 최초 포스트시즌에서 서스펜디드 게임이 나왔고 이틀의 시간이 흐른 뒤 재개된 경기에서 삼성은 득점에 실패했고 원태인이 없는 상황에서 불펜이 무너지며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이 여파로 2차전까지도 맥없이 내줬다. 시리즈 흐름이 한순간에 넘어간 계기였다.

지난 21일 열린 KS 1차전에서 굵어진 빗줄기로 인해 6회초 무사 1,2루에서 경기가 중단된 뒤 결국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된 뒤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전경. /사진=김진경 대기자

물론 3연승을 거두는 기적이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2013년 삼성은 두산에 밀려 '패패승패'를 당했다. 지금과 놀랍게도 똑같았다. 패색이 짙었던 삼성은 이후 기적처럼 3연승을 달리며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다만 11년 전과 지금은 많은 차이가 있다. 당시 삼성은 정규리그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뒤 경기 감각이 떨어진 상황에서 3패를 당했지만 시리즈 후반 타선이 뒤늦게 살아나며 3연승을 거둘 수 있었다. 투수진도 지금에 비해 훨씬 탄탄했다. 반면 현재 삼성은 PO부터 충분한 휴식 없이 강행군을 치르고 있고 믿을 만한 선발 투수는 원태인과 레예스 뿐이다. 심지어 불펜은 삼성의 약점으로 평가받는 불안요소다.

기적을 위해선 너무 많은 전제가 필요하다. 선발과 불펜 가릴 것 없이 잘 버텨줘야 하고 대구에서만 폭발하고 있는 타선이 광주에서도 3경기 연속 불을 뿜어야 한다. 9년 만에 맞이한 한국시리즈가 너무도 어려운 상황을 맞이했다.

내일은 없다. 우선 5차전에 선발로 나설 황동재의 호투 없이는 희망이 없다. PO 3차전 3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던 것 같은 깜짝 호투가 나와야만 또 다른 희망을 키울 수 있다.

황동재가 지난 17일 PO 3차전에서 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내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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