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열리는 콘클라베(교황 선출을 위한 비밀 투표)에 참석하는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이 차기 교황 선출과 관련해 “주님 앞에는 동쪽도 서쪽도 없다”며 이변 가능성을 시사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유 추기경(바티칸 성직자부 장관)은 22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외신 질의에 콘클라베가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차기 교황이 아시아인이나 비(非)백인 가운데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유 추기경은 “과도기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주님의 뜻을 지켜보자”며 여지를 남겼다.
전세계 추기경들은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절차와 콘클라베 계획 등을 논의하기 위해 바티칸에 집결했다. 이번 콘클라베에서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 133명 가운데 3분의 2를 득표한 추기경이 교황이 된다.
지난 2022년 추기경으로 서임된 유 추기경은 차기 교황 후보군 중의 한 명으로 꼽힌다. 교황청 소식에 밝은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는 22일 특집 기사에서 12명 유력 후보군에 유 추기경을 포함했다.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성향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아시아·아프리카 등 ‘변방’ 인사들을 대거 기용했으며 역대 교황 가운데 가장 많은 89명의 비유럽권 추기경을 임명했다.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도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추기경 가운데 최고 서열인 추기경 주교단에 임명되는 등 교황청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아시아의 프란치스코’로 불리는 등 핵심 측근으로 분류돼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는 26일 오전 10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다. 교황청은 26일부터 9일간을 애도 기간으로 선언했다. 차기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는 5월 5일부터 10일 사이에 시작된다. 만 80세 미만 추기경이 비밀투표에 나서며 최종 교황 선출까지 외부와 격리된 채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투표가 반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