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26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5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렸다.
미사는 십자가 문양이 새겨진 목관을 성 베드로 성전에서 야외 제단으로 운구하며 시작했다. 입당송(入堂頌) ‘주여, 영원한 안식을 내리소서’에 이어 기도와 성경 강독, 추기경단장으로 미사를 주례하는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의 강론이 진행됐다.
장례 미사는 레 추기경이 주례하고 전세계에서 모인 추기경과 주교, 사제들이 공동으로 집전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부분 전임 교황이 묻힌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묘지 대신 평소 즐겨 찾던 로마 테르미니 기차역 인근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성모 대성전)을 장지로 택했다. 교황이 바티칸 외부에 묻히는 건 1903년 로마 라테라노 대성전에 안치된 레오 13세 이후 122년 만이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 국가원수 약 50명과 군주 약 10명을 포함한 130여개국 대표단도 바티칸을 찾아 애도했다.
한국 정부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민관합동 조문사절단을 파견했다. 오현주 주교황청 한국대사와 안재홍 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장이 사절단원으로 동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황의 장례식이 끝난 직후 귀국할 예정이어서 로마 체류 시간은 약 15시간에 불과하다. 하지만 각국 정상이 대거 모였다는 점에서, 난마처럼 얽힌 각종 외교 이슈의 해법을 도모할 만남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짧은 회담을 가졌다고 밝혔다.
회담의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과 관련해 중요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현지 언론은 이 밖에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을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교황의 장례식장에서 만나는 인사들의 관계에 주목하며 ‘껄끄러운’ 외교 행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