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생각해도 이 두 문장은 모두 이상하다. 첫째, 정부가 주도해선 자유분방한 매력의 아티스트를 만들 수가 없다. 둘째, 만약 기술적으로 뛰어난 그룹이 생겨났다고 해도, 여전히 해외에선 인기를 얻을 수가 없다.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가 가진 부정적 이미지가 그룹의 태생부터 그대로 투영되는 탓이다. 문화는 그렇게 국가가 잡아끈다고 이끌어지지가 않는다. 어려운 얘기도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국무회의에서 한 말을 듣고 당황스러웠던 건 그래서다. 이 대통령은 “요새는 왜 신춘문예나 이런 게 없어요?…이거를 다 민간에다 맡겨놓잖아요. 국가 단위의 권위 있는 기획(기회?)…독후감전을 하든지, 창작전을 하든지”라고 했다.
정부는 문화 분야를 비롯해 많은 행사를 후원하고 있고, 또 해야 한다. 필요한 영역이라면 때로는 주최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가 신춘문예 같은 문학상을 직접 주최하거나 특정 상을 후원해 권위를 부여하자는 건 아무래도 이상하게 들린다.일단 상황 인식부터 맞지가 않는다. 1925년 국내 최초로 시작된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비롯해 주요 민간 문학상이 대강 세어봐도 여전히 20개가 넘는다. 인공지능(AI) 사용 문제가 화두긴 하지만 응모작은 오히려 늘고 있다. 등용문의 역할을 못 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봄 출간돼 40만 부가 넘게 팔린 소설집 ‘혼모노’의 성해나 작가가 201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중편소설 부문)로 등단했다.
문학·출판산업을 걱정하는 대통령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활자 생태계의 위축 문제에 대한 대응으론 방향을 잘못 잡은 게 아닐까. 정부가 문인을 선발하자는 건 권위주의 국가에서나 할 만한 발상이다.
문교부가 주최하던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가 1981년 30회까지만 열리고 마침내 민간 공모전으로 바뀐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국전 시절 파벌, 구상-비구상의 대립, 어용성 등 온갖 논란과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국가가 예술의 가치를 심사하고 상을 줬기에 생긴 문제들이다. 오히려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제한하고 예술의 다양성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왕정의 전통을 잇는 영국이나 그 문화적 자장 안에 있는 나라에 ‘계관시인’ 제도가 있긴 하지만 문학 홍보대사 같은 역할을 할 뿐이다. 외국인들이 K컬처를 좋아하는 이유엔 ‘칼군무’ 같은 것보다 더 근본적인 것이 있다. 거기엔 ‘전후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를 이룬 극히 드문 나라’라는 한국 자체의 드라마가 큰 몫을 한다. 바꿔 말하면 한국이 국가라는 강력한 괴물(리바이어던)에 족쇄를 채울 만큼 사회(민간)도 강력한 소수의 나라(대런 애스모글루, ‘좁은 회랑’) 가운데 하나인 덕이라는 뜻이다. 예술가를 국가가 선발하는 나라의 문화가 무슨 매력이 있겠나.위에서 헛발질을 하면 아래에선 무시할 수도 없으니, 정작 중요한 일에 쓸 에너지를 빼앗기게 될 공산이 크다. 마침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2005년 동아일보 영화 평론 부문 등 여러 신춘문예에서 입선·당선돼 3관왕에 올랐던 인물이다. 대통령이 국무회의 전 대변인에게 “정부가 문학상을 주최하면 어떻겠느냐”라고 물어봤을까 궁금하다.
조종엽 문화부 차장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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