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 스피커들은 범여권 정치 고관여층이 밀집한 거점 유튜브 채널과 커뮤니티를 넘나들며 빠르게 세를 규합하는 모양새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비슷한 성향의 이용자들을 한곳에 가두고 상호 비방을 소비하는 거대한 확증편향의 공론장을 형성한다.
유튜브 채널들은 복잡한 정책 대안보다는 선과 악의 이분법 아래 상대 진영을 낙인 찍을 때 조회수와 후원금이 커지기 때문에 대립상을 뾰족히 부추긴다. 이 때문에 유튜브를 통한 정치적 비방의 전파 속도와 파괴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빨라졌다.
유튜브 권력은 2028년 총선 공천권이 걸린 차기 당권을 쥐려는 정치인의 이해관계와도 긴밀히 맞물려 더 강화되고 있다. 중도층 설득이나 민생 의제 설정이라는 고단한 정공법보다, 대형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실시간 채팅창에서 즉각적인 환호를 확인하고 강성 지지층을 규합하고 이견을 때리는 정치에 힘이 실린다. 이 과정에서 정당 내부에서 이견 조율 기능은 축소된다. 주류 여론 형성이 장외 플랫폼에 의존하는 현상은 깊어진다.물론 당내 주도권 경쟁에서 멸칭과 조롱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2003년 새천년민주당 분당 사태 당시 격돌했던 ‘난닝구(호남의 김대중 전 대통령 지지 세력)’와 ‘빽바지(친노무현·운동권 진영)’가 대표적이다. 당시 호남과 동교동계를 주축으로 한 구주류 측 지지자가 당무회의장에 난닝구(러닝셔츠) 차림으로 신당 창당안에 항의하며 실력 행사를 벌였고, 이는 동원 체제 중심의 조직 정치 관행을 비꼬는 멸칭이 됐다. 개혁 키워드를 앞세웠던 당시의 신주류 또한 유 작가가 의원 시절 국회에 흰색 바지로 등원했던 것과 관련해 빽바지로 조롱받았다.
그래도 당시엔 투쟁 방식이나 문화적·정치적 지향점 등 상대 진영의 정체성을 포착해 비판하려는 최소한의 명분과 노력이 있었다. 반면 지금 유튜브에서 통용되는 멸칭은 그런 일말의 과정조차 생략됐다. 전직 대통령이든 전 당 대표든 평론가든, 각 정치 주체의 공과 과는 그 자체로 분리돼 평가받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유튜브 렌즈는 사안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성의는 없고 오직 우리 편이라는 단 하나의 잣대로 맥락을 단순화한다.
겉은 당의 상징색(파란색)이지만 속은 보수 정당 상징색(빨간색)이라는 뜻의 ‘수박’이라는 낙인을 방치하고 경선 상대를 향한 거친 비난을 ‘경쟁을 흥미롭게 하는 양념’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 데다가, 유튜브 상업주의에 비판 없이 편승한 결과가 이렇다. 오직 상대에 대한 타격만을 노린 게으른 낙인 정치가 대형 유튜브 채널에선 득세한다. 이와 같은 행태가 흥미로운 양념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퇴행이라는 건 말할 것도 없다.임현석 디지털랩 전략영상팀장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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