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임보미]야말과 메시의 운명적 만남… 18경분의 1 확률을 뚫었다

17 hours ago 6

임보미 스포츠부 기자

임보미 스포츠부 기자
아르헨티나와 스페인의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을 앞두고 소환된 사진 한 장에 전 세계는 시끌벅적했다. 이제 막 FC 바르셀로나(바르사)의 주전으로 도약한 스무 살의 리오넬 메시(39·아르헨티나)가 갓난아기 라민 야말(19·스페인)을 목욕시키는 사진이다. 19년이 지나 둘은 월드컵 결승 무대에서 적으로 재회했다.

둘의 운명적 만남은 19년 전 당시 메시의 소속 팀 바르사가 아동구호단체 유니세프와 함께 자선 달력을 제작하면서 시작됐다. 바르사가 유니세프와 달력을 만든 것도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는 사실은 둘의 인연을 더욱 운명적으로 보이게 한다.

유니세프는 스페인 카탈루냐 마타로시에 있는 빈민가 로카폰다에서 바르사 선수들과 사진을 찍을 아이들을 모집했다. 모로코에서 온 아버지와 적도기니 출신 어머니가 야말을 낳고 키운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당시 야말은 생후 5개월이었는데 축구광이었던 부모가 이 행사에 응모해 당첨됐다. 우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달력은 1∼12월 월별로 선수들과 아이들을 무작위로 매칭했다. 떠오르는 스타였던 메시와 신생아 야말은 그렇게 우연히 1월 달력을 함께 장식했다.

이후 메시는 축구 최고 권위의 ‘발롱도르’를 최다 수상(8회)하며 역사상 최고(GOAT·Greatest Of All Time)의 선수가 됐다. 이후 야말도 메시의 길을 따랐다. 바르사의 유소년 훈련 시설인 라마시아에서 축구를 배운 야말은 메시처럼 바르사에서 10대에 1군 무대에 데뷔했다. 메시의 바르사 시절 등번호 10번을 물려받은 선수도 바로 야말이었다. 메시는 2024년 어린 시절의 자신을 가장 닮은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훌륭한 선수들이 많지만 딱 한 명을 골라야 한다면 의심의 여지 없이 야말이다. 지금도 잘하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했었다.

둘의 재회는 단순 확률로 따져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야말이 태어난 스페인에서는 10만 명당 18명꼴(0.018%)로 프로 선수가 된다. 그중 약 0.3%만 월드컵 국가대표 26명 엔트리에 든다. 이례적으로 어린 나이(19세)에 월드컵 대표팀에 뽑힐 확률(0.54%)에 이번 대회 스페인의 결승 진출 확률(18.2%)을 곱하면 야말이 이번 월드컵 결승 무대에 설 확률은 약 19억분의 1이 된다.

동시에 메시가 39세까지 최정상의 기량을 유지할 확률(0.18%), 6번째 월드컵에 출전할 확률(0.0334%)에 아르헨티나의 결승 진출 확률(17.4%)을 곱하면 949만분의 1이 된다. 둘이 결승에 설 확률은 약 18경분의 1이었다.

설령 이 모든 경우의 수를 뚫어냈다 한들 애초에 유니세프가 야말이 살던 로카폰다 지역에서 아이들을 섭외하지 않았다면, 여기에 바르사의 동참이 없었다면, 무엇보다 야말의 부모가 생후 5개월 아이를 데리고 이벤트에 참가하는 축구 열정이 없었다면, 오늘의 이 ‘사건’은 없었을 것이다. 유니세프가 하필 로카폰다 지역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 행사를 기획한 것도 이곳이 스페인에서 소득이 가장 낮은 빈민가였다는 게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야말이 골을 넣고 손으로 만드는 ‘304 세리머니’는 그가 자란 빈민가 로카폰다의 우편번호 08304의 끝자리를 뜻한다. 누군가는 그저 ‘불행’이라 여겼을 가난이 야말을 세기의 ‘세렌디피티’(우연히 얻게 된 행운)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만든 건 그저 우연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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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미 스포츠부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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