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유종]외국인 유학생 32만 명… 양보다는 질적 도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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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종 정책사회부 차장

이유종 정책사회부 차장
올해 3월 기준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유학생은 32만 명을 넘었다. 2021년 16만 명에서 불과 5년 사이 2배로 늘었다. 전체 규모만 놓고 비교하면 영국, 호주보다는 적고 중국보다는 많으며 일본과 비슷하다. 고려대, 연세대, 중앙대 등 주요 대학에 적을 둔 외국인 학생만 각각 4000명이 넘는다. 재학생 절반을 유학생으로 채운 대학도 있다.

외국인 유학생이 급증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국내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됐으며 드라마, 영화 등의 영향을 받아 한국 유학을 선택하는 사례도 많다. 미국, 유럽 등에 비해 학비, 생활비 등이 상대적으로 적어 가성비 좋은 국가라는 평가도 받는다. 현실적으로는 학령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재정적 공백을 메우려고 애쓴 결과이기도 하다.

반면 저출생 고령화로 산업계 곳곳에서 인력 부족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국내 기업 인력 수요와 외국인 유학생의 희망 취업지가 일치하지 못할 때가 많다. 국내에서 학위과정을 마친 외국인 유학생이 국내 기업 등에 취업한 비율은 2024년 기준 13.8%에 그쳤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이공계 인력 수급 부족에도 불구하고 공학과 자연계를 전공하는 외국인 유학생은 20%에 채 미치지 못한다. 인문사회, 예체능 전공이 다수다.

우수 인력을 배출하려면 석박사 과정을 이수해야 하지만 대부분 학부 과정이나 어학연수에 집중돼 있다. 외국인 유학생 32만 명 중 20만 명이 베트남과 중국 출신일 정도로 특정 국가에 편중돼 있고 60% 이상이 수도권에 체류하고 있다. 교육부가 제시한 한국어 능력 기준을 충족한 외국인 유학생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오히려 유학생 신분으로 입국해 돈벌이에 매달리기도 한다. 학생비자, 구직비자 등으로 최대 10년간 장기 체류할 수 있어 ‘알바하는 유학생’으로 버티다 불법 체류자로 전락하는 사례도 많다. 외국인 유학생 출신 불법 체류자는 2024년 기준 3만4267명으로 10년간 5배 넘게 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뿌리산업, 조선, 건설, 보건의료 등 현재 인력난을 겪거나 향후 10년 이내에 인력난이 예상되는 분야를 중심으로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해야 한다. 국내 대학, 전문대, 직업계고를 졸업한 뒤 관련 기업에 입사해 장기간 체류할 수 있는 방안이다. 독일의 경우 외국인 유학생 40%가량은 응용과학대(Fachhochschule) 등 실무 중심 학교에 재학한다. 전체 외국인 유학생 절반도 전공이 공학이나 자연과학 분야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대학에만 맡겨서도 안 된다. 대학이 국내 일자리까지 고민할 수는 없으며 정부, 관계 기관 등과 협업해 조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1980년대부터 ‘유학생 10만 명 유치 계획’을 추진한 일본은 문부과학성, 법무성 등 6개 부처가 협업하며 입학부터 취업까지 체계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에선 학위를 마친 외국인 절반이 현지에 취업해 일자리 공백을 메운다.

물론 외국인 유학생들이 학업을 마친 뒤 모두 국내에 남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저출생 고령화 상황에선 국내 인력 공백을 채울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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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종 정책사회부 차장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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