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을 공략하지 못하는 팀이 쓸 만한 전술이 있긴 하다. 수비 진영에 잔뜩 웅크리고 있다가 공을 뺏으면 한 번의 롱패스로 골을 노리는 전술이다. ‘킥 앤드 러시’ 또는 ‘롱볼’이라 부르는 이 전술을 익숙한 용어로 바꾸면 ‘뻥축구’가 된다. 다만 골로 이어질 확률이 낮고 상대의 실수도 기대해야 해 전술 구사력이 떨어지는 약팀이 고육지책으로 선택할 때가 많다.
여의도를 관찰하다 보면 정치도 축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는 중도층 소구력을 갖추고 중원을 공략하는 정당이 전국 정당과 집권 정당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중원을 외면한 채 자기 진영에만 웅크려 있으면서 지지층 결집과 진영 정치에만 몰두하는 정당은 지역 정당과 이념 정당의 궤를 벗어나지 못했다. 문제는 정치는 축구와 달라서 강팀도 뻥축구를 구사할 때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도 그렇다. 거대 양당은 선거가 임박하자 중원 공략은 포기한 채 지지층 결집에만 혈안이 된 모습이다. 일종의 뻥축구를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은 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재명 정부 출범을 거치면서 중도보수까지 외연을 넓히고 장기 집권이 가능한 전국 정당으로 성장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지방선거 후보들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주춤하고 스타벅스 ‘탱크데이’ 이벤트 사태가 확산되자 기다렸다는 듯 맹공을 퍼붓고 ‘내란 청산’을 더 강조하면서 지지층 결집에 주력하고 있다. ‘절윤’을 주저하다 지지율이 바닥을 치던 국민의힘은 최근 보수층이 결집하고 격전지 후보들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전면에 등판시켰다. 장동혁 대표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이 대통령을 직함 없이 ‘이재명’으로 호칭하며 보수층을 연일 자극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지방선거는 통상 투표율이 대선이나 총선보다 낮고, 투표율이 낮은 선거는 중도층 공략보다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게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만큼은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양당 모두 ‘확장’보다는 ‘결집’에만 주력하는 모습이다.축구의 중원 장악이나 정치의 중도층 공략 모두 힘들고 지난한 일이다. 좁은 공간에서 상대와 다투다 보면 크게 다칠 수도 있다. 뻥축구의 유혹은 편하다는 데 있다. 자기 진영에 오래 머무르며 많이 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뻥축구로 한두 번 이길 순 있어도 지속 가능한 승리는 어렵다. 중원 공략을 포기한 정당 역시 일부 선거는 이길 수 있어도 정당의 존립 목표인 수권정당이 될 수는 없다. 선거전을 지켜보는 유권자도 북중미 월드컵을 기대하는 팬들처럼 뻥축구는 그만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양당이 유념하길 바란다.
유성열 정치부 차장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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