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권기범]‘장윤기 수사 의혹’ 경찰… ‘잡았으면 됐지’론 안 된다

1 day ago 8

권기범 사회부 기자

권기범 사회부 기자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4) 사건의 부실 수사 의혹을 지켜보는 수사 경찰은 착잡할 뿐이다. 6일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의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는 “유구무언”이라는 말이 나왔고,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일정보다 이른 귀국 후 새벽 공항에서 “매우 송구하다”고 했다.

강력 범죄 수사에 있어서는 경찰의 전문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믿음마저 흔들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시도청 계장급 경찰은 논란이 한창일 때 “사과와 수사 의지 천명,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메시지 뒤에는 ‘눈물(ㅠ)’이 붙었다.

경찰은 수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비판과 지역에서 오래 근무한 경찰들이 유착해 사건을 축소했다는 의혹을 함께 받고 있다. 이 시점에 여당이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제출하면서 국회와 정치권에서는 경찰 수사를 믿을 수 있느냐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이 검찰처럼 ‘공소 유지’가 가능한 수준으로 모든 수사에 있어 완결성을 갖출 수 있다면 이상적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능하지가 않다”(경무관급 경찰)는 의견도 많다. 여기에 의도적인 유착으로 범죄를 은폐한다면, 이를 어떻게 찾아낼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10월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경찰은 수사 역량과 여건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내부 통제와 지휘 시스템을 강화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동시에 맞닥뜨리게 됐다.

비위나 유착에 대해서는 비교적 빠르게 대책이 나왔다. ‘쇄신 TF’와 내부비리수사대를 신설하고 수사 중인 사건의 관계인 중 경찰의 가족이 있는 경우를 점검하기로 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관이 자신이 소속된 경찰서에서는 수사받지 않도록 한 경찰청 훈령의 적용 범위를 경찰 직계 가족까지 확대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제는 장윤기 사건에서처럼 ‘케이블타이’ 같은 핵심 증거가 누락되는 경우다. 성인용 인형은 그나마 경찰이 사진을 수사기록에 넣어 보완수사의 단초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수사팀이 고의로 외면하거나 실수로 빠뜨린 증거를 공소청 검사가 ‘관심법’으로 알아챌 수는 없다. 결국 경찰이 주요 증거를 놓치지 않길 바랄 수밖에 없다. 한 실무자급 경찰은 “솔직히 보완수사권을 유지하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든다”고 털어놨다.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던 시절로 돌아가자거나, 보완수사권 존치를 주장하는 건 아니었다. 수사 보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사건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제3자가 수사 진척 상황도 살펴보고, 때로는 ‘잔소리’도 해줘야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설명이었다. 경찰은 최근 수사부서 상시 지도점검 결과를 내놨다. 이처럼 자체적으로 내부 수사를 보완하는 체계는 한층 강화해야 한다. 그런 경험이 마치 인공지능(AI)처럼 학습돼야 수사 역량이 진화할 수 있다.

경찰은 2012년 오원춘 사건 부실 수사, 그리고 2022년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등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그 결과로 이어진 게 112 관련 시스템 혁신이었다. 이번 장윤기 사건 부실 수사 논란을 계기로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 시대’의 일부 잘못된 수사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 필요하면 검찰 수사관을 경찰로 데려오는 시도도 해볼 수 있다. 앞으로 ‘잡았으면 됐지’라는 말은 변명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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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범 사회부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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